스페인 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경제는 회복될 기미가 없는데 국채 수익률은 6%를 훌쩍 뛰어넘어 정부가 짊어져야 할 이자 부담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스페인 정부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스페인의 구제금융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얘기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가 발행한 국채(10년물) 수익률은 16일 기준으로 6.1%까지 치솟아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스페인이 정상적으로 원리금을 상환하면서 감내할 수 있는 국채 수익률이 7%인 점을 감안하면, 스페인 재정위기가 한계상황에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6% 역시 스페인 정부가 장기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17일에는 12개월과 18개월 만기의 단기 국채 수익률도 각각 2.6%, 3.1%로 치솟았다.
스페인 국채를 기피하는 현상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인 독일 국채의 가격이 올라(수익률 하락) 독일 국채 10년물의 수익률은 스페인의 3분의 1도 안 되는 1.73%로 떨어졌다.
국채 수익률이 치솟는 원인은 스페인 경제가 상당 기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날 스페인 중앙은행은 올해 1분기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0.3%인 점을 감안하면 경기침체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은행부실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것도 이유다. 13일 기준으로 스페인 중앙은행이 민간은행에 빌려준 순대출액은 2,280억유로(251조 7,120억원)로, 한달 전보다 50% 증가했다. 이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긴급 지원 자금이 중앙은행을 통해 시중은행으로 흘러 갔기 때문인데 사실상 스페인 은행이 ECB 대출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할 만큼 자금 사정이 나빠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방정부의 재정부실도 지적된다. 스페인은 유럽에서 지방분권화가 가장 잘 이뤄진 나라로 간주되는데 17개의 자치지역 중 8곳이 중앙정부의 긴축요구를 무시하고 지난해 부채를 늘렸다. 스페인 의회는 이달 중 중앙정부의 긴축 지시를 어긴 지방정부에 강제이행금을 부과하거나 아예 예산권을 박탈하는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상황이 나쁜 쪽으로 전개되고 있지만 스페인 정부는 구제금융 가능성을 일축하며 위기설을 불식시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16일 루이스 데 귄도스 경제장관은 "스페인 정부가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일도, 시장에 개입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며 "현재 스페인은 재정적인 위험이 있거나 긴급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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