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로켓발사 이후 미국의 대북 접근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로켓발사를 미국에 대한 안보위협으로 간주하기 보다 이 문제의 본질에 천착하는 새 국면이 조성되고 있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16일(현지시간) “핵, 미사일 위주의 대북접근에서 보다 본질적인 인권, 민생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임 체인지(국면전환)’가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새 양상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의 ‘로켓 투자’를 주민 굶주림과 비교해 힐난하고,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북한 새 지도부는 정책을 재평가하고, 국민 부양과 교육에 힘써야 한다”고 비판한 데서 확인된다. 인권 문제는 미 의회와 행정부, 비정부기구 사이에 탈북자 강제송환, 정치범 수용소 이슈가 급부상하면서 비중이 커지고 있다. 마크 토너 국무부 부대변인이 “북한과 대화 계획은 없다”고 한 것도 게임 방식이 바뀌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오바마 행정부로선 3년간의 전략적 인내, 지난해부터 연초까지 이어진 협상국면에 이어 세 번째로 국면을 수정하는 것이다.
미국의 전략 변화는 지난 20년간의 북핵 협상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 것이기도 하다. 이 소식통은 “미국은 핵이 북한 정권의 연명 수단이기 때문에 협상을 통해 이를 포기토록 할 수 없다고 판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북한이 북미합의를 2주 만에 파기함으로써 ‘말’에 의지하는 협상이 힘들어진 측면도 크다. 이날 수전 라이스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북한은 앞으로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판단 받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이에 반응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민생, 인권 이슈에 대해 매우 난처해 하며, 내부적으로 상당히 아파할 것이란 예상이다. 게임 체인지를 부른 로켓발사의 최대 피해자는 북한이라는 얘기다.
북한에 지난 20년간 강경한 군부와 협상파 간 중재가 이뤄졌는데, 그것이 이번에 사라졌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은 지금까지 그 중재자가 사망한 김정일이었는지, 이번에만 중재가 작동하지 않은 것인지 파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로켓발사로 2ㆍ29 북미합의는 이행중단 상태이나, 실질적으로는 폐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북미합의에 언급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은 북한이 사찰단 초청을 취소하지 않으면 성사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워싱턴의 다른 외교소식통은 “미국은 IAEA 사찰이 북미합의와 무관하게 이뤄지는 것이란 입장을 견지해왔다”고 말했다.
‘게임 체인지’는 2008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당시 오바마 상원의원이 게임 체인지를 통해 앞서 가던 클린턴 상원의원을 누르고 공식 후보가 되는 과정을 그린 책으로, ‘국면 전환’의 뜻으로 쓰인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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