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끝나자마자 정치권과 정부 일각, 건설업계 등에서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을 소생시킬 추가 규제완화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은 경제에 파급력이 큰 만큼 더 이상 방치하다가는 경기 회복은커녕 주택시장이 회복불능 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부동산은 너무 뜨거워도, 차가워도 탈이 나는 '양날의 칼'. 기회만 엿보고 있는 잠복된 매매심리를 섣불리 건드렸다 자칫 가계부채 같은 더 큰 뇌관을 건드릴까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거래 활성화 조치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가계 빚을 늘리는' 대책에는 신중할 것을 당부했다.
17일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3월 전국 주택매매 거래량(6만7,541건)은 1년 전보다 무려 29.8%가 급감했다. 특히 서울 아파트 거래는 43.9% 감소해 하락폭이 전국 최대였다.
이에 따라 총선 직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입법 방침을 꺼내든 여당은 물론 정부에서도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솔솔 흘러나온다. 부동산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 내부에서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 ▦취ㆍ등록세 감면 등 부양책과 함께 ▦서울 강남3구 투지지역 지정 해제 ▦총부채상환비율(DTI) 추가 완화 같은 부동산 규제의 '마지노선'까지 과감하게 풀자는 주장이 제기되는 상태다. 신중한 입장이던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거래가 실종된 수도권의 거래활성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나설 정도여서 대책 발표 분위기가 무르익은 듯하지만 여전히 부작용을 피할 묘수를 찾지 못해 고민하는 모습이다.
학계나 시장 전문가들도 대동소이하다. 모두들 최근 가계부채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도 규제완화의 필요성이나 시기를 놓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올해 양대 선거로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릴 텐데 투기지역 해제나 DTI 완화처럼 대출을 더 허용하는 대책은 금물"이라며 "부동산 경기도 중요하지만 단기 부양책이 가져올 중장기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팀장 역시 "DTI 완화는 득실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신중론을 폈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DTI 외에 다른 규제의 완화는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을 폈다. "가격 폭락에 따른 위험을 줄여주는 것도 정책의 주요 기능"(박 팀장), "실수요자만큼은 거래시장에 끌어 들일 대책이 필요하다"(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는 게 이유다.
구체적으로 세제 대책이 우선으로 꼽혔다. 양 팀장은 "취득세 감면혜택이 종료되기 직전인 작년 12월 크게 늘었던 주택 거래량이 올 1,2월 급감한 점을 감안하면 취득세 완화는 거래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팀장은 "임대사업자 요건 완화와 일시적인 1가구2주택자의 양도세 유예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지금은 대책을 쓸 때가 아니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DTI처럼 투자심리를 뒤바꿀 강력한 것이 아니라면 웬만한 대책으론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봤다. 윤석헌 교수는 "시장가격을 제한하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 정도는 몰라도 세제 정책은 차기 정권에서 논의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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