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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흉악범 얼굴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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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흉악범 얼굴 공개

입력
2012.04.17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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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 피의자 등 흉악범의 얼굴이 언론을 통해 공개될 때마다 우리 사회는 극심한 홍역을 치른다. 얼굴 공개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 때문이다.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2004), 서울서남부 연쇄살인사건의 정남규(2006), 인면수심의 강호순(2009), 부산 여중생 납치살해범 김길태(2010) 등이 신문 지면에 등장했을 때가 그랬다.

정부는 논란이 가열되자 일정 요건을 갖춘 경우 검찰이나 경찰이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을 2010년 개정했다. 법치국가에서 실정법이 아니라 소위'국민정서법'이나 '국민의 알 권리 법' 등의 여론몰이에 대한 잡음을 줄이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최근 수원 20대 여성 살해사건 피의자 우웬춘(42)의 얼굴이 언론에 먼저 공개되면서 다시 찬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김종천 변호사는 "얼굴 공개는 피의자 가족의 인권까지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라며 "동종 범죄 재발방지에 도움이 안 되는 만큼 언론이 수사기관에 앞서 흉악범의 마스크를 벗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반면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얼굴 공개는 인권을 고려해 신중히 결정할 문제지만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 존재하는 언론은 얼마든지 공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 찬성- 표창원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

"사회적 합의 따라 2년전 이미 합법화…언론의 알권리 충족위한 공개는 타당"

우리 사회는 과거 충격적인 흉악범죄 사건이 발생할 때 마다 국민의 알 권리 충족과 범죄예방 등 공익을 위해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라는 요구와 무죄추정의 원칙 및 피의자와 그 가족의 인권보호를 위해 익명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해 왔다. 그 대립의 정점이 2009년 검거된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이었다. 실정법이나 판례에 뚜렷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일부 언론은 외국의 사례를 근거로 내세우며 과감하게 피의자의 사진과 실명 등 자세한 신상정보를 공개한 반면 경찰은 인권보호 지침을 정하고 피의자에게 모자와 마스크를 씌워 보호했다.

이후 국가인권위원회와 학회, 언론에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진 끝에 국회에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을 개정, 흉악범의 신상공개를 합법화함으로써 사회적 합의를 이루게 된다. 개정된 법은 경찰 혹은 검찰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살인, 성폭행 등 특정 강력사건'의 피의자가 '범인이라고 믿을 만한 확실한 증거'가 있을 때 '국민의 알 권리, 범죄예방, 재범방지 등 공익을 위해' 얼굴과 이름 나이 등 그 신상을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피의자가 청소년일 경우엔 공개해선 안 되며, 흉악범죄자라 하더라도 그 신상을 공개할 땐 인권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고 남용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단서가 붙어있다.

법 개정과 상관없이, 언론 기관은 그 스스로의 판단으로 얼마든지 신상공개를 할 수 있다. 법적으로 인권보호 및 비밀유지를 의무로 부여 받은 경찰과 달리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을 존재목적으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총기난사 범죄를 저지른 한국계 조승희나 고수남의 사진과 신상명세가 바로 공개된 것도 법이 있어서가 아니라 미국 언론의 자체적 판단에 따른 결과다. 이는 유럽 대부분 국가도 마찬가지다. 경찰에서는 피의자의 인권보호와 재판의 공정성 유지를 위한 비밀 유지 및 신상보호를 준칙으로 정하고 있지만 검거, 이송 등의 과정에서 얼굴을 가리지 않음으로써 언론의 취재를 '방조'하는 타협이 이루어진다.

대신에 언론은 그 신상공개에 문제가 있을 경우 책임을 져야 할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알고 보니 진범이 아니었다든가 신상공개와 함께 보도된 피의자에 대한 평가와 묘사가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지나치게 부정적이어서 공정한 재판에 방해를 초래하는 등의 문제가 있을 경우 피의자로부터 소송을 당하거나 법원으로부터 제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수원 20대 여성 살인사건의 경우 경찰에서 공식적으로 법에 따라 신상을 공개한다는 발표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언론이 사진과 이름을 공개했고, 경찰은 현장검증 과정에서도 피의자에게 모자와 마스크를 씌워 보호했다. 하지만 여론이 들끓고 국민적 분노가 폭발하자 검찰 송치과정에서는 모자와 마스크 없는 얼굴이 노출되었고 언론에서는 이를 촬영해 보도했다. 경찰의 명확한 발표는 없었지만, 이 사건은 흉악범의 신상공개를 규정한 법적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되거나 피의자 측에서 초상권과 명예 등 인격권 침해를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지만 현실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남은 문제는 도덕과 윤리, 품위의 관점에서 서로 갈리는 흉악범 신상공개에 대한 찬반 여론일 것이다. 공개여부에서부터 공개의 범위, 서로 더 자세히 공개하겠다는 언론사 간 경쟁에 따른 피의자 주변인들에 대한 불편과 피해 및 인권침해 문제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해답은 언론사간 자율성과 차별성이다. 선정성을 지향하는 황색언론이라는 비난과 피의자 주변인들로부터의 법적 소송 등의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과감하게 공개하겠다는 언론사가 있을것이다. 반대로 영업손실이 생기더라도 정론지로서의 품위와 윤리, 도덕을 준수해 명예를 지키겠다는 언론사도 역시 존재할 것이다. 결국 개별 언론사 방침에 따라 흉악범 신상 공개의 여부 및 정도, 범위가 달라질 것이다. 각 언론사의 보도행태에 대한 관련 학계의 냉철한 분석, 그리고 국민의 차분한 선택을 통해 언론사의 보도 태도와 관행이 평가 받아야 한다. 그럴 힘과 능력이 우리 학계와 국민에게 있다고 믿는다.

■ 반대- 김종천 변호사

"흉악범이라도 인간의 존엄 지켜줘야… 재범방지·범죄예방 실익도 크지 않아"

얼마 전 언론을 통해 수원 20대 여성 살인사건의 피의자 우웬춘의 얼굴이 공개됐는데, '그 정도가 뭐가 문제냐'는 생각이 당연히 들 정도로 그의 범행은 잔혹하고, 역겹다. 그러한 마당에 흉악범의 인권이니, 초상권 운운하는 것이 피해자 가족에게 죄송하고, 국민 일반의 법감정과 괴리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예전 강호순 사건이 문제됐을 때 몇몇 신문들은 사설을 통해 '강호순 처럼 인간이기를 포기한 연쇄살인범에게까지 신원 보호원칙을 적용해야 하는지 따져볼 때'라거나, '국가가 존중하는 인권은 보호할 가치가 있는 영역에 한정돼야 한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흉악범 얼굴 공개의 근저에는 이같이 흉악범죄자의 인권은 보호가치가 없다는 인식이 깔려있다고 본다.

그러나 흉악범죄자라 하여 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마저 부인할 수는 없는 것이기에, 흉악범이 원치 않는데도 불구하고 언론이 흉악범의 얼굴을 공개하고 있는 것이라면, 그러한 인격권 침해를 정당화할 근거가 있어야 한다.

흉악범의 얼굴을 공개하는 언론사들이 제일 먼저 내세우는 것이 국민의 알 권리이다. 그러나 헌법상 기본권은 국가를 권리행사의 상대방으로 하는 공권이며, 국민의 '알 권리'의 핵심은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정보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 즉 정부에 대한 국민의 일반적 정보공개를 구할 권리라고 할 것이고, 따라서 국민들이 흉악범의 얼굴을 궁금해 한다고 해서 언론이 대신 흉악범의 마스크를 강제로 벗길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범죄보도는 사회적 규범의 내용과 위반시의 제재가 어떻게 어떠한 내용으로 실현되는가를 알리고, 여론형성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공공성이 있다고 하겠으나, 범죄혐의자에 관한 보도가 반드시 범죄 자체에 관한 보도와 같은 공공성을 가진다고 볼 수도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견해이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싶다거나 알고 싶다고 하여 알 권리의 대상이 된다고 하자면, 유명 여자연예인에 대한 사생활이 녹화된 몰래카메라 비디오테이프를 언론이 공개하는 것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지 않겠는가.

흉악범 얼굴 공개의 또 다른 목적 또는 효과로 예를 드는 것이 범죄예방이다. 그러나 흉악범들이 얼굴 공개될 것을 걱정하고, 또는 이전에 얼굴이 공개됐기 때문에 범죄를 자제한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본다. 사형의 범죄예방 효과를 아예 부인할 수야 없겠지만, 사형이 형벌로 규정되어 있다가 폐지된 경우에도 그와 관련된 범죄가 특별히 증가하지 않았다는 연구가 있는데, 하물며 얼굴 공개 정도가 흉악범죄에 대한 예방적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겠는가. 또한 1회성 언론 보도로 국민들이 흉악범의 얼굴을 기억했다가 그 흉악범의 범죄를 피할 수 있다는 것도 사실 기대하기 어려운 얘기이다.

최근에 언론들이 우웬춘의 얼굴을 공개하는 것은 2010년 개정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서 수사기관이 특정강력범죄자의 얼굴 등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얼굴 등 신상공개를 할 수 있는 주체는 수사기관이지 언론이 아니다. 또한 위 법은 신상공개의 요건으로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를 들고 있는데,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얼굴공개라는 수단으로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고, 그 외에도 범행수단이 잔인하다는 등의 요건은 명확하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기본권 제한입법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위헌성이 농후한 법률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아동ㆍ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신상정보 공개를 규정한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의 위헌법률심판사건에서도 대상자를 범죄퇴치수단으로 취급했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하고 범죄억지효과가 미미하거나 불확실한데 비해 인격권침해가 심대하다는 등의 이유로 위헌이라는 의견이 다수였으나, 위헌정속수를 넘지 못해 위헌결정에 이르지는 않았었다.

흉악 범죄의 피해자 또는 유족의 입장이 되었을 때 같은 얘기를 할 수 없으리라 생각되나, 한편 그러하기에 제도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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