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통합(SI) 업체 A사는 공공기관 보안시스템 구축사업 입찰을 앞두고 관련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 B사에 "5억원 규모의 하도급 계약을 맺을 테니 사업제안서를 써오라"고 통보했다. B사가 만든 제안서로 사업을 따낸 A사는 돌연 말을 바꿔 "2억원 이상은 줄 수 없다"며 일방적으로 단가를 깎았다. 제안서 작성에만 5,000만원을 쓴 B사는 들인 돈이 아까워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을 맺었다. 원사업자인 A사는 제안서 작성 의무를 떠넘긴 것도 모자라 단가 후려치기까지 서슴지 않은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소프트웨어 업계에 대한 불공정관행 조사결과 단가 후려치기 외에도 ▦구두발주 후 개발이 진행되고 나서야 계약을 맺는 계약서 사전교부 불이행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유지보수인데도 무상 하자보수로 처리하는 행위 ▦하도급 업체에 대한 기술탈취 등 불법적인 사례를 다수 포착했다고 17일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ㆍ중소기업간 힘의 불균형으로 인한 불공정 하도급 거래관행이 심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하도급법 위반 업체 등을 대상으로 5월까지 집중 실태조사를 벌여 시정 조치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앞서 지난해 말부터 소프트웨어 업계의 불공정 관행 기초조사를 벌여왔다.
공정위는 아울러 현재 하나뿐인 표준하도급계약서가 전체 소프트웨어 산업의 특성을 담아내기 곤란하다고 판단해 9월까지 정보통신(IT)서비스 분야와 패키지 소프트웨어 분야 등 세분화하기로 했다. 또 사업자간 상호이해를 촉진시키기 위해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와 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소프트웨어 하도급거래질서 개선 테스크포스'도 꾸려 이날 1차 회의를 열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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