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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명동성당서 바흐 무반주 전곡 연주회/ "바흐와 내가 직접 통하는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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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명동성당서 바흐 무반주 전곡 연주회/ "바흐와 내가 직접 통하는 무대"

입력
2012.04.17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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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65ㆍ줄리어드음악원 교수)는 쉴새 없이 말을 쏟아냈다. 장성한 두 아들 자랑이 밉지 않은 수더분한 보통 여인이었다. 그러나 2005년 손을 다쳐 고통의 시간을 겪었을 당시의 이야기가 나오자 옆에 있던 오빠 명근씨(CMI 대표)가 얼른 좌절의 심경을 대신 말해 주었다. 한 시간여의 간담회 중 말이 잠시나마 끊긴 것은 그 때뿐이었다.

정경화가 다음달 15일부터 서울 명동성당에서 바흐의 무반주 전곡 연주회를 연다. 16일 기자들과 만난 그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손 상태를 묻자 이번에는 호탕한 웃음과 함께 "아무 문제 없다"고 답했다. 그는 "지금 60대 중반"이라며 "10대 아들 둘을 기르느라 정신 없던 40~50대에는 누리지 못한 자유를 한껏 누린다"고 했다. "우선 이거(연주회)부터 하고 보자는 심정"이라고 했다.

"바이올린 주자에게는 가장 도전적인 곡"으로 짜인 회심의 무대에 붙은 제목은 '드디어 바흐다'. 음악 하는 동안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연습했던 작곡가"에 대한 최고의 헌사다. 이 무대에는 1980년대 이후 애용해 온 명기 과르네리 델 제수가 함께한다.

_왜 명동성당인가?

"중앙으로 집중되는 음향 조건(acoustic) 때문이다. 바흐의 음악은 교회에서 해야 최적이다. 성공회성당 등 서너 군데 봤는데 마음에 안 들어 결국 어린 시절 살던 필동 바로 옆 명동성당에서 하게 됐다. 당시는 겁이 나 들어가보지도 못 했던 데다."

_무대를 여는 곡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g단조'에 얽힌 이야기라도?

"19세이던 1967년 리벤트리트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한 달 뒤 카잘스 페스티벌에 참가했다. 바흐 음악의 대가인 카잘스를 만나 격려를 받았는데, 너무 떨려 머뭇거리고만 있었다. 그러자 그가 피아노 앞으로 달려 가서 이 곡을 쳤다. 우주를 다루는 듯했다."

_무반주란 주자에게 어떤 기분?

"명동성당의 어쿠스틱이 (내 악기와 함께)어울리지 않으면 무리다. 음악은 실제보다 육감으로 하는 것이다. 피아노나 오케스트라 없이, 나와 바흐가 직접 통하는 것이니까."

_7년 전 (손을 다쳐)바이올린 대신 마이크를 들고 나왔는데.

"너무 죄송한 일이었다. 이후 물리 치료, 주사 치료를 계속해 왔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회복돼 지금은 정상이다. 옛날보다 훨씬 강해진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_'드디어 바흐다' 이후 6월(부산), 9월(김해), 10월(고양)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등을 협연할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에 대해 평한다면.

"작년 여름 대관령음악제에 초청돼 온 그의 예술성에 정말 놀랐다. 기막힌 아티스트다. 사실 그동안 제일 문제가 피아노였다. 최고의 피아니스트들과 할 때도 머리를 쥐어 뜯었다. 지휘자, 반주자와 말도 못하게 충돌을 했지만, 지금은 받아들일 줄 안다. 그만큼 여유 생긴 것이다. 지금은 음악인으로서 매우 행복하다. 내가 철이 든 거다. 너무나 순수하고 즉시 나와 교감하는 케너 같은 협연자는 예전에 없었다. 내년부터 케너와 본격 리사이틀을 할 계획이다."(명근씨는 "이런 보물 찾기는 로또 맞추는 것보다 힘들다"고 거들었다)

명동성당 공연은 5월 15일, 22일, 31일, 6월 4일 오후 8시. 15, 31일은 소나타 1ㆍ2번과 파르티타 1번, 22일과 6월 4일은 파르티타 2ㆍ3번과 소나타 3번을 각각 들려준다. 앞서 27일 평촌아트홀, 5월 1일 안양아트센터에서 세 곡씩 연주회를 갖는다. (02)518-7343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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