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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오해 아니라 고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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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오해 아니라 고해 말이다

입력
2012.04.1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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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주말마다 성당에 나가 기도하던 내가 있었다. 또래 친구들과 미사 후에 어울려 다니며 떡볶이도 사먹고 극장도 가는 이런 유희의 명분을 종교에 갖다 댈 수 있으니 그게 편했던 것 같다. 한 가지 어려움이라면 특정한 시기마다 의무적으로 행해야 하는 고해의 시간이었다고나 할까.

고해소 앞에서 차례를 기다릴 때는 두근두근 방망이질 치는 심장이었으나 막상 그 나무 막 앞에 서서 내가 저지른 만행을 뱉어내기 시작하면 안정적인 심박동 궤도에 들어서던 나였다. 그때의 가뿐함, 그 개운함, 그렇다고 이미 켜켜이 쌓인 마음의 때가 벗겨지는 것은 아니지만 심정적으로나마 새롭게 살아보려는 의지를 갖는 데 참으로 효과적인 것이 바로 고해가 아닌가 싶다.

방송인 김구라가 막말 여죄로 출연하고 있는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한다는 뉴스를 접했다. 관련 기사를 다 클릭해서 보았다. 적절치 않았다. 험하긴 했다. 씁쓸함과 동시에 든 생각은 두려움이었다. 공인이 아니라지만 우리도 말로 인해 때론 난감하고 때론 억울한 상황을 자주 맞닥뜨리지 않는가.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어떤 책임에 있어 검은 정장 입고 머리 숙여야 하는 일이 생기곤 한다지만 그러고 보면 정치인들이 가장 뻔뻔한 것 같다. 과거의 무책임한 발언을 따져 묻는다면 그들 가운데 자유로울 자 몇이나 될까. 표절 시비 운운에 제수씨 추행 운운에도 물러남 없이 고요한 그들의 행보를 보다 못해 이런다.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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