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지체 장애나 치매 등으로 조제를 할 수 없는 약사의 명의를 빌린 약국 운영으로 178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무자격 약사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7일 무자격 약국 17곳을 적발해 실제 업주 강모(54)씨 등 7명을 약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약사 자격증을 빌려준 최모(83ㆍ여)씨 등 39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강씨 등은 정신지체를 앓고 있거나 고령의 치매환자로 약국 영업을 할 수 없는 약사 23명의 명의를 빌린 뒤 수원과 화성, 안성에서 약국을 개설, 운영해 178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다.
강씨는 고령인 정모(68)씨의 약사 자격증을 월 500만원에 빌려 2008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수원시 대형병원 주변 약국에서 의약품을 판매해 37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렸다. 또 이모(54)씨와 서모(48)씨는 약사 면허 취득 후 정신지체 1급 장애인이 된 윤모(47)씨와 고령의 치매환자 박모(80ㆍ여)씨 등의 약사 명의를 빌려 약국을 개설, 의약품을 판매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강씨 등은 농촌 오지 등 의약분업 예외지역에서는 의사 처방전 없이도 의약품 조제ㆍ판매가 가능한 법의 허점을 악용, 약국을 개설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치매를 앓는 약사나 정신지체 장애인 약사에게 조제를 시키기도 하고 무자격 약사들이 직접 약을 짓기도 했다"며 "무자격 약사가 조제한 감기약을 복용한 뒤 오한과 손 떨림으로 이틀이나 입원하는 등 환자들의 부작용 발생 신고가 많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경기지역의 의약분업 예외지역 내 약국 100여곳에 대해서도 면허대여가 있는지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수원=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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