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ㆍ인쇄회사 '좋은 생각 좋은 사람'에서 일하는 조기석(30)씨는 집(파주 운정지구)에서 사무실(일산 백석동)까지 매일 왕복 30㎞를 자신의 소나타 승용차로 출퇴근한다. 뿐만 아니라 영업직이기 때문에 수시로 서울, 멀게는 경기남부지역까지 차로 이동해야 한다.
조씨가 한달 평균 차량을 타고 이동하는 거리만 약 4,000㎞. 한 달에 60만원 이상이 휘발유값으로 들어간다. 조씨는 "작년에 비해 월 평균 10만원 가량이 더 들어간다. 올 한해 계속 이렇게 가다가는 기름값 추가부담만 100만원을 훌쩍 넘어갈 것 같다. 나 같은 생계형 운전자들에게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경제적 부담"이라고 하소연했다.
싼타페 경유 차량을 몰고 있는 이승진(47)씨의 사정도 마찬가지. 편집디자인 광고기획회사인 '코리아 애드 진' 대표인 이씨는 집인 수원에서 사무실이 있는 서울 양재동까지 매일 왕복 50㎞ 가량을 이 차량으로 출퇴근한다. 휘발유만큼은 아니지만 경유가격도 부담이 되긴 마찬가지다.
실제로 이씨의 최근 주유 명세서를 살펴보니, 작년 11월 25만원이던 한달 평균 경유 값이 12월엔 36만원으로 무려 11만원이나 올랐다. 업무량 등이 유동적이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이보다 2년 전인 2009년 12월 19만6,000원에 비해선 2배 가까이 기름값을 더 내고 있는 것이다. 이 씨는 "올해 들어선 연료비 지출이 월 40만원을 넘어서고 있다"면서 "이젠 차량을 이용해 납품하는 일도 아예 포기했다"고 말했다.
조씨와 이씨처럼 생계형 운전자들에게 지금 기름값은 가히 '살인적'이다. 소득은 전혀 늘어난 것이 없고 경기침체로 오히려 일감은 줄고 있는데, 기름값만 미친 듯이 치솟고 있으니 운전자들로선 생계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이다.
16일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유가정보 사이트 <오피넷> 에 따르면 오후 4시 현재 전국 보통 휘발유 평균 가격은 ℓ당 2,062.28원. 지난 1월6일(1,933.51원)부터 이날까지 무려 102일째 연속 상승하고 있다. 이 기간에만 보통 휘발유 가격은 128.77원 올랐다. 특히 이날 서울에는 ℓ당 2,400원을 넘어선 주유소(2,445원)까지 등장했다. 오피넷>
생계형 운전자들은 정부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기름값이 오르면 가장 고통받는 게 서민들인데, 이런 가혹한 고유가를 방치하면서 어떻게 스스로를 '친서민정부'라고 부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서민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가장 즉각적인 방법은 유류세 인하. 현재 휘발유와 경유가격 가운데 각각 48%, 40%가 세금이다. 하지만 정부 대책은 당장 효과가 나기 힘든 알뜰주유소 확대, 주유소 혼입확대 등에서 한걸음도 나가지 않고 있다.
생계형 운전자들은 정부에 대해 당장 유류세 인하카드를 뽑아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한국납세자연맹 홈페이지(www.koreatax.org)에는 유류세 인하를 촉구하는 청원 글이 3만 여건에 육박하고 있다. "정유사와 주유소만 탓하지 말고 정부(재정)도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 것 아니냐" "서민들은 다 죽어가는데 언제까지 두바이유 130달러(유류세 인하 기준선) 타령만 하고 있을 것인가"란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도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현재로선 부작용이 많은 유류세 인하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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