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 복원으로 노숙인에서 무공훈장 연금을 받는 국가유공자로 인생이 바뀐 80대 노숙인의 사연이 화제다.
2006년부터 수원역과 천안역 등을 전전하며 노숙생활을 해왔던 한영수(83)씨가 그 주인공. 한 씨는 지난해 경기도가 노숙인을 돕기 위해 설립한 '다시서기센터'의 상담에 응했다가 인생역전을 맞게 됐다. 노숙인에서 화랑무공훈장을 탄 국가유공자로 확인돼 연금까지 받게 된 것이다. 노령수당까지 포함하면 한달 80만원 꼴이다.
1960년 중반 아내와 사별하면서 집을 나온 뒤 주로 공사장 경비를 해오던 한 씨는 모은 돈을 깡패한테 다 뺏기고 난 후 고물상에 취직했지만 교통사고로 일을 못한다고 쫓겨났다. 당시 한 씨는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사고가 났다는 이유로 보상금도 한 푼 못 받았다. 이 때부터 한 씨는 역전을 전전하며 노숙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던 한 씨는 지난해 9월 다시서기센터에서 마련한 추석행사에 밥을 먹기 위해 들렀다가 이해진(44) 상담사를 만났다. 한 씨는 자신을 살갑게 대하는 이 상담사에 마음의 문을 열었고 6.25전쟁 때 참전했다 훈장을 받은 사실, 64년 아내의 사망 후 가출한 사연, 고물상에서 교통사고 후 쫓겨난 사연 등 기구한 인생사를 전해줬다.
이 상담사는 한 씨의 나이가 65세가 넘은 점을 감안, 먼저 노인연금 수령을 위해 주민등록을 복원했다. 또 한 씨의 말을 토대로 병무청에 병적기록 확인 요청을 한 결과, 1955년 3월1일 한 씨에게 화랑무공훈장이 수여된 기록을 확인했다. 지난달 26일에는 고등동 주민센터에서 57년 만에 훈장수여식을 다시 갖기도 했다. 3남 중 장남(59)의 생존 사실도 확인하고 요즘 손녀와 전화통화하는 재미도 만끽하고 있다.
한 씨는 "다시서기센터가 너무 많은 도움을 줘 고맙다"며 "올해 손녀가 결혼하는데 축의금을 듬뿍 주고 싶다"고 말했다. 다시서기센터는 임대주택을 마련해 부자가 함께 사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한편 다시서기센터는 2006년부터 노숙인을 대상으로 주민등록복원사업을 실시해 왔으며 올해는 6,7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성남과 의정부 지역까지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범구기자 eb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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