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감성음악 '물 오른 봄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감성음악 '물 오른 봄날'

입력
2012.04.16 17:41
0 0

"버스커 버스커는 기존 가요들이 건드리지 못한 감성을 터트려 주는 것 같아요. 날씨와 딱 어울리죠. 음악도 외모도 인디 밴드처럼 칙칙하지 않아서 좋아요." 요즘 버스커 버스커 음악에 푹 빠져 산다는 대학생 임정하(23)씨는 "인디 음악을 거의 듣지 않는 친구들도 이들 음악은 좋아한다"고 했다.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3' 출신 남성 3인조 밴드 버스커 버스커의 폭발적 인기는 돌풍이란 말이 딱 어울린다. 3월 29일 낸 데뷔 앨범 수록곡 '벚꽃 엔딩'은 4월 들어 2주 연속 한터차트 주간 음원 순위 1위를 지켰고, '첫사랑' '여수밤바다' '꽃송이가'도 2주 연속 10위 안에 올랐다. 앨범도 15일까지 총 4만4,000여장이 팔렸다. 한 달 일찍 발매된 빅뱅의 미니앨범 '얼라이브'가 기록한 15만장과 비교해도 놀라운 수치다. 열혈 팬을 거느린 아이돌 가수가 아닌 신인 밴드의 음악이, 그것도 지상파 TV에 얼굴 한번 내밀지 않은 채 이처럼 열광적인 반응을 얻은 예는 최근 몇 년간 거의 없었다.

4년 만에 컴백한 록 밴드 넬도 감성 음악 열풍에 가세했다. 10일 발매한 앨범 수록곡 '그리고, 남겨진 것들'은 첫날 한터차트 일일 음원 순위 1위에 오른 뒤 5일 연속 10위권에 들었다. 14, 15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연 두 차례의 공연은 총 6,400명을 동원하며 성공을 거뒀다. 팝 시장에서도 감성적인 음악이 인기다. 17일 발매 예정인 미국 싱어송라이터 제이슨 므라즈의 새 앨범은 예약만으로 1만 5,000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누적 판매량이 1만장만 넘어도 '대박'인 국내 팝 시장에선 이례적인 일이다.

버스커 버스커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디션 프로그램이 낳은 반짝 스타로 여겨졌지만 음원이 공개되자 분위기는 반전됐다. '여수 밤바다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 네게 들려주고파 전활 걸어 뭐하고 있냐고'('여수 밤바다'),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우우 둘이 걸어요'('벚꽃 엔딩') 같은 봄의 정서에 부합하는 서정적인 가사와 간결하고 쉬운 멜로디, 깔끔하고 발랄한 기타 팝으로 20, 30대의 감성을 사로잡았다. 인디 음악 전문 유통사인 미러볼뮤직의 임대진 이사는 "버스커 버스커보다 뛰어난 음악을 만드는 밴드는 인디 음악계에 얼마든지 있지만 이들처럼 대중적인 멜로디와 매력적인 캐릭터를 지닌 밴드는 드물다"고 말했다.

버스커 버스커의 폭발적인 인기 요인을 분석하느라 요즘 가요계는 분주하다. 이적 김동률 등이 소속된 뮤직팜의 강태규 이사는 이들의 1집이 보름 이상 1위를 지킨 것에 대해 "이 정도면 1990년대에 6개월간 1위에 오른 것과 맞먹는다"고 말했다. 그는 "일상의 감성을 전하는 음악에 대한 수요가 잠재적으로 있었는데 버스커 버스커가 그 물꼬를 튼 셈"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최근 아이돌 그룹의 음악 소비는 팬덤 위주에 1회성이어서 대중 속으로 깊이 파고들지 못한다"면서 "일반 대중까지 파고든 버스커 버스커의 인기로 인해 벌써부터 여러 기획사들이 비슷한 스타일의 밴드를 발굴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스커 버스커 돌풍이 아이돌에 치우친 대중음악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말로, 박주원, 전제덕 등 재즈 뮤지션들이 소속된 JNH의 이주엽 대표는 "버스커 버스커의 인기는 기타 음악이 주류 시장으로 진입할 것을 예고하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힙합과 일렉트로닉 계열의 음악에 지친 20~30대의 취향이 기타 중심의 음악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대중음악 평론가 최규성씨는 "버스커 버스커의 인기는 '슈퍼스타K'의 마케팅 효과 덕이 크고, 넬 역시 두터운 마니아 층의 인기를 넘어선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했다. 돌풍의 지속성과 강도가 어느 정도일지는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수년째 아이돌 일변도로 흘러온 가요계에 변화의 바람이 일기 시작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