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독도처럼 중동에도 두 나라가 영유권을 놓고 40년 넘게 다투는 지역이 있다. 페르시아만에 위치한 아부무사섬이다. 로이터통신은 16일 "중동의 전략적 요충지를 차지하기 위한 이란과 아랍에미리트(UAE)의 영토 싸움이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분쟁이 재점화한 것은 11일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아부무사를 전격 방문하면서부터다. 셰이크 압둘라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외무장관은 즉각 "UAE의 주권을 침탈하는 행위"라며 이란을 강력 비난했다. UAE는 항의 조치로 이란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했고 17일로 예정된 이란 프로축구팀과의 친선경기도 취소시켰다.
이에 후세인 아미르 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차관은 관영 IRNA통신에 "아부무사는 언제나 이란의 땅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맞불을 놨다. 정부끼리 가시 돋친 설전을 주고받자 양국의 국민 감정도 폭발했다. "이슬람공화국에 도전하는 UAE 정부를 목표로 심리전을 개시해야 한다"(이란 뉴스웹사이트 타브낙), "UAE는 종이호랑이가 아니다. 두바이가 이란의 허파임을 잊지 말라"(엡티삼 알카트비 UAE대 교수) 등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여론이 무르익고 있다.
아부무사 분쟁의 역사는 196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이 걸프지역에서 군대를 철수시키자 이란과 당시 UAE 토호국 중 하나였던 샤르자는 아부무사섬에 공동주권을 행사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세부 협상에 실패하면서 이란은 71년 아부무사와 인근 2개 도서(대소 턴브섬)를 무력으로 점령했다. 이란은 이후 실효 지배를 차츰 강화해 나갔고 92년 UAE 측이 운영하는 민간업체 근로자를 모두 내쫓고 통치권을 완전히 장악했다.
사실 아부무사는 보잘것없는 작은 섬이다. 12㎢의 적은 면적에 인구도 2,038명(2010년 기준)에 불과하다. 아부무사의 무한한 매력은 지정학적 위치에서 나온다. 엄청난 원유매장량과 더불어 페르시아만의 관문인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선박은 반드시 아무부사를 거쳐야 한다. 이란 입장에선 호르무즈를 들고 나는 모든 원유수송선을 감시ㆍ통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이란이 지난해 12월 핵개발과 관련한 서방의 제재에 맞서 호기롭게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공언한 것도 아부무사라는 전략적 거점을 확보해 둔 덕분이다.
국력과 군사력이 이란에 절대 열세인 UAE는 외교적 해법에 주력하고 있다. UAE는 80년 유엔에서 아부무사 문제를 처음 공론화한 이후 이란 점유의 부당성과 평화적 해결을 국제사회에 호소하고 있다. AFP통신은 "국제사법재판소를 통해 아부무사를 상시 분쟁지역으로 만드는 것이 UAE 정부의 목표"라고 전했다.
이슬람 수니파 산유국들의 모임인 걸프협력협의회(GCC)도 든든한 원군이다. GCC는 이날 "UAE의 요청으로 아부무사 분쟁을 논의할 특별 회의를 1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GCC는 성명에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무책임한 도발은 이란과 선린우호 관계를 유지하려는 GCC 정책을 훼손했다"며 향후 구체적 대응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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