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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부품 '착한 재활용' 재제조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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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부품 '착한 재활용' 재제조가 뜬다

입력
2012.04.16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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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한 대의 부품 수는 약 2만 개. 작은 부품 한 개 때문에 자동차 정비업소를 찾은 뒤 계산을 할라치면 늘 드는 생각. '왜 이리 비쌀까.' 직원에게 따지면 "순정부품 써서 그래요. 그거 안 쓰면 큰일 납니다"라는 핀잔만 돌아온다. 정말 순정부품만 써야 하는 것일까.

대전 대덕연구단지 자동차 부품 재제조회사 '마이스터'가 운영하는 국내 유일 차 부품 재제조회사 전문 공장. 단순히 쓸만한 것을 골라내는 '재활용'이 아니라, 까다로운 과정을 거치 사실상 새 것을 다시 만든다고 해서 '재제조'이다.

창고 한 켠에는 녹 슬고, 기름 때에 곰팡이가 덕지덕지 묻은 자동차 폐부품을 가득 실은 수레들이 즐비했다. 김철하 생산팀장은 "폐차장이나 부품 유통상 등을 통해 모은 것"이라며 "지금은 죽은 것이나 다름 없지만 때 빼고 광 내면 새로 태어난다"고 말했다.

폐부품은 수거한 장소, 날짜, 브랜드, 차종 등 자세한 이력이 적힌 꼬리표를 달고, 낱낱이 분해된 다음 고온고압 세척기에서 '목욕'을 마친다. 김 팀장은 "폐부품의 80%는 기계로 표면을 매끄럽게 하거나 원래 있던 내용물을 다시 조립하고 부숴진 부분을 새로 바꾸는 식으로 해서 새 생명을 얻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폐부품이 이렇게 부활하는 것은 아니다. 중간중간 갖가지 테스트기로 성능을 시험해서 미달하면 곧바로 '아웃'이다.

10년 전부터 품질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해 온 마이스터는 지난해 2억원 이상 들여 내구성 측정기와 3차원 측정기를 마련했다. 장영호 연구개발팀장은 "실험 결과 내구성이 좀 뒤질 뿐 새 제품과 품질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며 "반면 가격은 새 제품의 40∼70% 정도"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자동차 부품 재제조 시장 규모는 약 6,000억 원. 미국 독일 등은 연간 수 십조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시장이다. 심지어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글로벌 자동차 회사 대부분은 재제조 부품 사업에 직접 나서고 있다. 미국에선 보수용 차 부품의 42%가 재제조 부품일 만큼 활성화되어 있다.

정도헌 자동차부품연구원 박사는 "대충 세척만 한 뒤 순정품처럼 파는 '재생부품'과 '재제조 부품'은 엄연히 다른 것"이라며 "중국 산 저가 재생부품을 썼다 이상을 경험하고서는 비싸도 할 수 없이 순정부품을 찾다 보니 재제조 부품은 외면 당하기 일쑤"라고 말했다.

품질 인증제의 한계도 심각했다. 현재 정부의 품질 인증을 받은 업체가 5개에 불과하다. 정 박사는 "대부분 재제조 회사들이 영세 사업자다 보니 돈을 들여 품질 인증을 받지 않고 대충 만든다"라며 "정부가 품질인증 대상을 크게 늘리고 재제조부품과 재생부품의 품질 차이를 소비자에게 적극 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2005년까지는 재제조 부품을 '불법'이라고 규정했을 만큼 무지했다. 하지만 뒤늦게 "자원 순환과 에너지 절감에서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지난해부터 재제조 부품 이용 활성화를 위해 나섰다. 실제 재제조된 교류발전기 하나를 쓰면 새 제품 대비 에너지 사용량은 86% 줄고, 14㎏ 탄소 절감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박사는 "대부분 자동차 정비업소들도 마진이 많이 남는 순정부품을 권하지 재제조 부품은 아예 얘기도 꺼내지 않는다"면서 "소비자들이 재제조 부품으로 써달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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