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용(55ㆍ행정고시 30기) 경찰청 차장이 수원 20대 여성 살인사건으로 사의를 표한 조현오 경찰청장의 후임으로 내정됐다.
경찰위원회는 16일 회의를 열고 김 차장에 대한 경찰청장 임명 제청안에 동의했다. 경찰청장 후보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행정안전부장관의 제청을 거처 대통령이 임명한다.
김 내정자는 이날 오후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열린 경찰위원회에 참석하기 앞서 기자들과 만나 "어렵고 중차대한 시기에 청장 후보자로 내정돼 마음이 무겁다"며 "청장이 되면 신속하게 조직을 쇄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수원 20대 여성 살인사건으로 경찰조직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며 "민생치안과 법질서 확립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충북 제천 출신으로 1992년 행정고시에 합격, 상공부에서 일하다 경정으로 경찰에 임용된 뒤 서울경찰청 보안부장, 충남경찰청장, 경찰청 경무국장 등을 거쳤다. 올해 초 치안감에서 치안정감으로 승진하며 경찰청 차장직을 맡았고, 다시 넉 달 만에 경찰총수 자리에 오르게 되는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내정자 인선 배경에 대해 "검정고시와 한국방송통신대를 거쳐 행정고시에 합격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라며 "1974년 이후 31명의 경찰총수 중 최초의 충북 출신"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김 내정자의 인선 배경에는 정치적 고려가 작용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초 차기 경찰청장에는 경찰대 1기 출신인 이강덕 서울경찰청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이 청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경북 포항 출신으로 '영포 라인'으로 분류되는데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이 벌어진 2008년 당시 청와대에서 공직기강팀장을 맡고 있었던 점 등 때문에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국회 청문회 등을 고려할 때 이런 이유를 들어 '이강덕 불가론'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내부에서는 "조직 장악력은 있지만 논란이 예상되는 이 청장보다 지역 안배 등을 고려해 무난하다는 평을 받는 김 내정자를 낙점한 것 같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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