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발효 한 달이 되면서 소비자들이 그나마 만족하는 부문이 농산물이다. 관세가 즉시 철폐되거나 대폭 내려간 일부 품목을 중심으로 가격 인하 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 50%가 7년 간 단계적으로 철폐(첫해 20% 인하)되는 미국산 오렌지는 최근 한달 새 판매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이마트는 FTA 발효 전 4,880원(4개 기준)이던 오렌지를 지난달 22일부터 14% 싼 4,280원에 팔고 있다. 농수산물유통공사 도매가격도 18kg들이 기준으로 한 달 새 5만8,600원에서 4만2,200원으로 28%나 떨어졌다. 관세율이 50%에서 30%로 20%포인트 내린 것을 감안하면 가격 인하폭이 상당한 셈이다. 레몬(관세 30%→15%), 자몽(관세 30%→24%) 등도 판매가격이 10~20% 내렸다.
하지만 국산 농산물 판매가 급감하는 등 부작용도 심각하다. 오렌지와 경쟁재인 국산 한라봉은 서울 가락시장 등 전국 도매시장에서 경매가격이 10%나 떨어졌다. 한라봉을 재배하는 제주감귤농협 관계자는 "한미 FTA 발효 이후 저렴한 오렌지가 대량 공급되면서 한라봉 판매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며 "앞으로도 경매가격이 10%가량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여름이 되면 24% 관세가 즉시 철폐된 미국산 체리가 대거 유입되기때문에 국산 여름 과일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우리 농산물 시장에 큰 충격이 가지 않도록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관세가 10년 넘게 단계적으로 철폐되는 키위 등 일부 농산물은 가격 변동이 없거나 미미하다. 미국산 쇠고기 역시 관세가 향후 15년 동안 매년 2.7%씩 단계적으로 철폐되는 만큼 가격 변화가 거의 없다. 현재 40%인 관세가 15년간 2.7%씩 인하되는 척아이롤(목등심)은 대형마트에서 100g당 1,800원에 판매돼 FTA 발효 전과 별 차이가 없다. 냉장삼겹살도 관세가 22.5%에서 20.2%로 떨어졌지만 대형마트 판매가격은 100g당 1,200원으로 이전과 동일한 실정이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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