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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와 음식점만 꽉찬 삼청동·북촌 대신… 서촌이 문화중심지로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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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와 음식점만 꽉찬 삼청동·북촌 대신… 서촌이 문화중심지로 뜬다

입력
2012.04.15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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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연한 봄 날씨를 보인 15일 서울 삼청동과 북촌 거리에는 걷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렸다. 도로는 주차장이 됐고 음식점과 카페는 차례를 기다리는 시민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이 같은 인기 덕에 삼청동과 북촌은 3.3㎡(평)당 땅값이 최하 6,000원에서 최고 1억4,000만원을 넘는 상업지로 변신했다. 자연히 작은 갤러리와 박물관을 밀어내고 프랜차이즈 커피숍과 음식점이 들어찼다. 이러한 북촌 대신 새로운 문화 중심지로 부상하는 곳이 있다. 종로구의 효자ㆍ필운ㆍ누하 등 15개 동을 아우르는 인왕산 동쪽 동네를 일컫는 서촌이다. 최근 이 곳에 공동체 가치를 중시하는 서점 공방 박물관 등이 들어서고 있다.

문화 공동체를 꿈꾸는 공간

서촌에 최근 등장한 가게들은 소비가 아닌 참여를 이끌어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2010년 티베트 난민 어린이들을 돕는 시민단체 록빠(티베트어로 돕는 친구라는 뜻)가 종로도서관 후문에 문을 연 '사직동 그 가게'는 22일 가게 주차장에서 '멜로디 잔치'를 연다. 인디 록밴드인 '김반장과 지구잔치' 등의 공연, 나눔 경매, 티베트 난민 사진전 등으로 구성된 이 축제는 티베트 난민 어린이들을 위한 이동도서관 '록빠 북버스'를 마련하기 위한 기금모금행사다.

2008년 통인동에 문을 연 카페인 커피공방은 서촌을 알리기 위한 안내 책자를 지난해 8,000부 배포한 데 이어 올해 3월에는 '두 번째 지도' 1만2,000부를 펴냈다. 서촌 지도를 비롯해 로버트 파우저 서촌 주거공간연구회 회장(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의 인터뷰 등이 실린 이 책자는 커피공방을 찾는 손님의 손으로 만들어졌다. 사진작가, 그래픽 디자이너, 작가 등 단골 손님들이 제작에 참여해 무상으로 배포된다.

커피공방은 노동절을 하루 앞둔 30일에는 무료 커피를 나누는 문화 행사도 개최한다. 커피공방 앞 주차장과 가게에서 서촌 한옥마을의 풍경을 담은 사진전을 열고 인디 밴드의 공연도 열 예정이다. 커피공방의 공동 대표인 임하림씨는 "이곳이 삼청동과 인사동처럼 될까봐 제일 무섭다"며 "서촌이 삼청동처럼 상권 활성화로 임대료가 폭등하면서 작지만 뜻깊은 가게들이 밀려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촌은 삼청동의 대안

서촌은 너무 삼청동이 상업적으로 번화하는 것과 발을 맞춰 제2의 삼청동으로 부상했다. 삼청동의 터줏대감으로 불리던 티베트 박물관은 개관 10년만인 2011년 12월 실크로드 박물관과 통합해 종로구 누상동 166의107번지로 이전했다. 신영수 관장은 "그토록 사랑했던 삼청동이 비슷한 모습의 카페와 음식점으로 꽉꽉 들어차는 걸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티베트 박물관을 이전한 신 관장은 후배 홍성철씨와 장혜선 실크로드 박물관 관장과 함께 누하동에는 박물관과 식당을 겸한 이색적인 가게를 열었다. 10년에 걸쳐 수입한 중국 문화혁명 유물 수 백 점을 전시한 '완장'이 그것이다. 장혜선 관장은 매일 저녁 이 곳의 셰프로 변신, 음식을 요리한다. 완장에는 작가 연극인 영화인 등 문화예술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며, 매달 지역의 불우한 어르신들을 모시는 등 사랑방 역할도 하고 있다.

박성준 성공회대 교수가 '문화 놀이터'를 표방하며 2007년 통인동에 문을 연 길담서원은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철학자 윤구병(전 충북대 교수)씨 등의 강의가 입 소문이 나면서 서울의 대표적 인문학 강좌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길담서원에서는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스스로 강좌를 기획하고 진행할 수 있으며 현재 '건축과 인문학' 강좌를 비롯해 '서촌 걷기 모임' '경제 공부 모임' 등이 진행되고 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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