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1 총선이 새누리당의 승리로 막을 내리면서 관심의 초점이 이제 8개월 뒤 대선 승부로 이동하고 있다.
우선 총선과 대선의 함수관계가 관심이다. 총선에서 이기면 그 여세를 몰아 대선까지 가져올 것이란 주장이 있다. 이른바 패키지 현상이다. 2007년 대선에서 승리한 한나라당이 여세를 몰아 4개월 뒤 18대 총선에서 완승한 것은 대표적인 패키지 현상의 예다.
하지만 정반대의 시계추 현상도 있다. 주요 선거에서 어느 한 정당이 이기면 다음 선거에서는 상대 정당이 승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절묘한 균형과 견제를 바라는 유권자의 마음이 선거에 반영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총선과 대선에서는 패키지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관측하는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좀 더 많다. "새누리당이 총선 승리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기 때문에 다소 유리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관측일 뿐 시계추 현상이 벌어지지 말란 법도 없다.
이번 총선 투표 집계 결과도 대선 전망과 관련해 여러 가지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새누리당의 지역구 후보들은 모두 932만4,911표(43.3%)를 얻었다. 민주통합당 후보들은 815만6,045표(37.9%), 통합진보당 후보들은 129만1,306표(6.0%)를 얻었다. 야권연대 후보들은 전체적으로 944만7,351표를 얻어 새누리당 후보들의 득표보다 12만2,440표가 많았다. 비례대표 의원을 선출하는 정당투표에서도 새누리당 등 범보수 진영 정당들의 총득표율은 48.26%, 범진보 진영 정당들의 총득표율은 48.56%였다.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이 팽팽하게 맞서 있다고 볼 수 있다.
세대 간에도 팽팽한 균형이 이뤄져 있다. 중앙선관위 자료에 따르면 20~30대 유권자 수는 1,560만8,460명(38.9%)이고 50대 이상 유권자는 1,575만3,358명(39.2%)이다.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이 강한 젊은층 유권자와 보수 성향이 강한 고령층 유권자가 40대를 사이에 두고 거의 비슷하게 분포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역 균형도 팽팽하다.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에서 영남ㆍ강원을 석권하고 충청의 절반을 차지했지만 서울에서는 48개 선거구 가운데 16곳, 수도권 전체로는 112곳 가운데 43곳에서만 승리했다. 여기에다 진보 진영이 부산ㆍ경남에서 눈에 띄게 득표력을 높여가고 있다. 부산지역 정당투표에서 진보 진영은 41% 정도를 가져갔다. "영남을 기반으로 한 여권이 유권자 수에서 항상 다수를 점한다"는 얘기도 이제 옛말이 된 것이다.
여러 측면에서 양 진영이 빡빡하게 맞서 있다 보니 연말 대선에 대해 "눈터지는 계가 싸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는 대선을 준비하는 여야 대선주자들에게는 이번 총선 결과에 연연하거나 자만하지 말고 '새롭게, 낮은 자세로 출발하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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