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이 19대 총선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내면서 범(汎)야권 대선주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범야권에는 새누리당과 달리 대선 예비주자들이 많아 본선에 앞서 치열한 예선전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 총선 이후 범야권 지지층에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까지 나섰음에도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을 막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맞설 수 있는 인사는 제도 정치권 밖에 있는 안 원장뿐이란 주장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성 정치인과 다른 이력을 갖고 있어서 기존 정치에 등을 돌린 2040세대와 부동층에서 확장력이 크다는 게 안 원장의 강점이다.
반면 정치 및 행정 경험이 전무하고 도덕적, 정책적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최대 약점이다. 만약 안 원장이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 단계로 직행하지 못할 경우 야권 내에서부터 혹독한 검증 공세에 시달릴 수 있다. 제도 정치권 내에 지지 세력이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도 단점으로 거론된다.
문재인 고문은 지역 기반인 부산ㆍ경남(PK)에서 야권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됐지만 이번 총선에서 '박근혜의 힘'에 가로막혀 큰 바람을 일으키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신 민주당이 부산에서 31.8%의 정당 득표율을 기록해 18대 총선(12.7%)에 비해 급증한 것은 그의 위력과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란 평가도 있다.
'노무현의 그림자'라는 별명은 그의 강점과 약점을 동시에 보여준다, 이번 총선에서 당내 주류를 차지한 친노 진영은 든든한 지원군이 될 수 있지만 노 전 대통령을 넘어선 자신만의 비전을 보여줘야 하는 것은 그의 숙제다. 정치 경험이 부족한 그가 이번 선거를 통해 첫 선출직 공직을 맡게 됨으로써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재인 대망론'이 주춤하면서 당내에선 김두관 경남지사가 새삼 주목 받고 있다. 당내에선 "김 지사가 대선 출마 선언 시기를 결정할 일만 남았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하지만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는 김 지사의 약점으로 우선 지지세력과 지역 기반이 문 고문과 겹친다는 점이 거론된다. 또 아직까지 대선주자 지지율이 매우 저조하다는 것도 그의 선택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손학규 전 대표도 이번 총선을 계기로 당내 '친노 대선주자'를 견제하는 중심축으로 재조명 받고 있다. 당 대표로서 야권대통합을 주도했고 이번 총선에서 그가 지원한 후보들이 다수 당선됐다는 점은 긍정적 요인이다. 그러나 공천 과정에서 자신의 계파가 약화된 것과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출신이란 점은 부담이다. .
정세균 전 대표는 '정치 1번지' 종로에서 새누리당 홍사덕 의원을 물리치고 당선됐다. 호남 정치인에서 전국적 위상을 가진 인물로 부상한 계기를 만든 셈이다. 하지만 경쟁자들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가 낮다는 게 약점이다. 낙선한 정동영 상임고문은 이번 총선에서 패배한 만큼 당분간 숨 고르기가 불가피하다. 야권을 대표하는 대선후보를 지낸 경력은 장점이지만 그의 강경 이미지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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