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재난 사고에서 여성과 아이를 먼저 구하는 불문율 '레이디 퍼스트(Lady First)'는 근거 없는 낭설이라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BBC는 스웨덴 웁살라대 연구팀이 1852~2011년 발생한 18건의 대형 여객선 침몰사고를 분석한 결과 여성 생존율이 남성 생존율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13일 전했다. 18건 중 여성 생존율이 남성 생존율보다 높았던 사고는 타이타닉호(1912)와 버컨헤드호(1852) 단 두 건에 불과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18건의 해양 재난사고에서 여성 생존율 평균은 17.8%인 반면 남성은 34.5%였다. 여성이 모두 사망한 사고도 3건이나 된다.
여성과 아이를 먼저 구하려는 시도는 1852년 영국 군함 버컨헤드호 침몰 사고 때 처음 이뤄졌다. 당시 배에는 남성 군인 500여명, 여성과 아이 26명이 타고 있었다. 여성과 아이들은 승무원들이 구명보트를 양보해 모두 구조된 반면 남성은 365명이 희생됐다. 1912년 4월 타이타닉호 침몰 때도 여성과 아이들이 먼저 구조됐다. 타이타닉호는 이례적으로 여성 생존율이 74.6%로 남성(16.9%)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연구진은 국제해양법상 어떤 승객을 먼저 탈출시킬지는 선장의 권한으로, 타이타닉호 때는 선장이 여성과 아이에게 양보하지 않는 남성을 총구를 겨눠 위협한 덕분에 여성 생존율이 높았다고 분석했다.
반면 1854년 북극해에서 침몰한 아메리카SS호는 227명이 사망했는데 아이와 여성 대부분이 목숨을 잃었다. 1994년 9월 발트해에서 침몰한 에스토니아호 등에서도 여성과 아이를 먼저 구했다는 기록이 없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연구진은 "모든 사람들은 제 살길을 찾고자 했다"며 "여성에 구명보트를 양보한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고 말했다.
타이타닉호 등을 제외한 16건의 재난사고에서 선장과 승무원의 생존율은 각각 45%와 60%로 승객의 생존율(30% 안팎) 보다 높았다. 1월 좌초된 이탈리아 호화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의 선장도 승객보다 먼저 탈출하는 무책임한 행동으로 비난을 샀다.
연구팀은 1차 대전 이후 해양 재난사고에서 성별 생존율 격차가 오히려 줄었다고 밝혔다. 연구책임교수인 미카엘 엘린데는 "1차 대전 이후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급격히 향상됨에 따라 여성보다 장애인과 노약자 등 일반 취약계층을 먼저 구하는 경향이 짙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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