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장거리 로켓 발사 실패로 김정은 중심의 북한 지도부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15일 김일성 100회 생일(태양절)이라는 잔칫상을 앞두고 로켓을 성공적으로 쏘아 올려 보란 듯이 강성국가 진입의 축포로 활용하려던 계획이 헝클어졌기 때문이다.
이번 주는 북한이 오랜 시간 준비해 온 대대적인 축제 기간이다. 11일 당 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은 체제'의 개막을 알렸고, 13일 최고인민회의에서 3대 세습의 마침표를 찍을 심산이었다. 15일은 축제의 정점으로, 주민들이 북한의 '영원한 영도자'로 추앙하는 김일성 주석을 기리는 태양절이다. 북한은 14일 평양에서 대규모 군중이 참여한 중앙보고대회를 통해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혁명혈통의 정당성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축제의 백미는 단연 북한이 '광명성 3호'라고 주장하는 장거리 로켓 발사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경제 사정은 더 악화된데다, 선군정치를 강조하면서도 군 경험이 없는 30세의 김정은을 지도자로 내세우는 역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에게 가시적으로 보여줄 확실한 성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2월16일 김정일 생일 때도 예년과 달리 배급이 원활하지 못했다.
하지만 발사 실패로 모든 구상은 틀어졌다. 이에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북한과 포르투갈의 경기를 김정은의 지시로 생방송했다가 0대 7로 크게 패했던 경우와 비슷한 좌절감을 겪고 있을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북한이 이날 발사 후 4시간이 지나서야 실패를 공식 발표한 것도 이런 사정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북 소식통은 "집안의 팔순 잔치를 앞두고 상(喪)을 당한 것과 같은 상황일 것"이라고 비유했다. 일부에서는 과거와 달리 외신 기자들을 대거 초청한 북한의 속내를 알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발사가 잘못될 경우에 대비한 출구를 북한 스스로 봉쇄했다는 것이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과시욕에 따른 무리수라는 해석도 있다.
당장 15일 태양절 행사에 비상이 걸렸다. 워낙 체계적으로 준비한 행사여서 예정대로 진행은 하겠지만 김이 빠질 수밖에 없다. 김정은의 업적을 대놓고 내세우기도 민망한 처지다. 따라서 김정은을 앞세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 보다는 유훈 통치의 위대함을 내세우며 과거의 영광을 찬양하는 수준에 머물 가능성도 있다.
다른 소식통은 "발사 실패로 북한 내부는 상당히 어수선할 것이고 시간이 갈수록 이런 분위기는 확산될 것"이라며 "책임 소재를 놓고 상당한 내홍을 겪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전망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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