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사원 문모(41)씨는 지난 2월 중순 중국 출장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외국인 2명을 만났다. 옆 자리에 앉은 이들은 문씨에게 "여행 중인데 한국에 친구가 없다"고 했고, 문씨는 귀국 후 이들에게 서울 명동 관광을 시켜주고 저녁을 사주는 등 호의를 베풀었다.
두 외국인은 지난달 6일 문씨와 세 번째 만남에서 충격 고백을 했다. 풍채가 그럴듯한 A씨는 "사실 나는 리비아 전직 장관의 아들이다. 광산업으로 떼돈을 벌었는데 내전으로 재산을 빼앗기고 남은 돈은 화학약품으로 검게 물들여 몰래 한국에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가 보여준 것은 소위 '블랙머니'. 의심하는 듯한 문씨를 명동의 한 모텔로 데려간 이들은 검은 종이 두 장을 화학약품이라는 액체에 담갔다. 그러자 검은 종이는 이내 미화 100달러 지폐로 변했다. 이들은 "50만 달러의 블랙머니를 복원하는 데 화학약품이 필요하다"며 "약품값 25만 달러를 빌려주면 원금에다 10만 달러를 추가로 주겠다"고 문씨를 꾀었다.
어안이 벙벙해진 문씨는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에서 블랙머니를 검색해봤다. 블랙머니를 미끼로 한 국제 사기사건이 많다는 기사들이 나타났다. 문씨는 곧바로 경찰에 이들을 신고했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리비아 전직 장관의 아들을 사칭한 라이베리아인 A씨 등 2명을 사기미수 혐의로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은 숯과 식용유를 이용해 달러 두 장을 검게 만든 뒤 일반 표백제에 씻어내는 방식으로 피해자를 속였다"며 "피해자에게 보여준 100달러 지페 두 장 외의 압수된 나머지 불랙머니는 모두 그냥 검은 종이"라고 말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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