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의 생존에 필수적인 에너지원이다. 지구상의 동식물은 푸드 체인을 통해 태양에너지를 서로 주고받으며 지금까지 공생해 왔다. 원자력을 제외하고는 지금 인간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에너지도 역시 태양의 산물이다. 석탄, 석유, 가스 같은 화석연료는 수억 년 전에 태양에너지와 이산화탄소로 만들어진 식물들의 잔해가 지하에 묻혀서 생성된 것들이다. 이를테면 화석연료는 지하에 저장된 '과거의 태양에너지'인 셈이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과도한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수억 년에 걸쳐 평형을 이루고 있던 지구의 기후조율체계는 최근 급격하게 깨지고 있다. 이른바 온실효과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그것이다. 특히 석유나 석탄을 연소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를 가속시켜 기후 변화를 촉발시키고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화석연료도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머지않아 고갈될 것이라고 하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지구온난화와 에너지자원 고갈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우리는 태양이 제공하는 또 다른 형태의 에너지에 주목하고 있다. 태양광발전, 태양열난방과 같이 태양이 직접 제공하는 에너지를 이용하거나 수력, 풍력, 조력, 파력 등 태양에너지에 의해 파생되는 재생에너지의 개발이 그것이다. 그중에서도 태양광발전에 대한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다. 최근의 태양광 개발 열풍은 제조기술의 발전에 따른 태양광모듈의 가격하락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지만 다른 재생에너지원에 비해 비교적 손쉽게 설치할 수 있고 풍력의 50배에 달하는 큰 개발 잠재량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 제도의 도입에 따라 2016년까지 1200MW의 태양광을 설치하도록 한 정부의 에너지정책도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최근의 태양광개발 열풍에도 그늘은 있다. 대단위의 태양광을 개발하기 위해 여기저기서 수십 년 된 나무가 베어지고 산이 헐리고 농지가 메워지고 있어 녹색에너지 개발이라는 태양광발전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특히 일조량이 우수한 전남지역은 우리나라 태양광발전소의 40% 정도가 몰려있어 환경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그 어느 곳 보다 크다.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양질의 녹색에너지를 생산하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저수지나 댐의 광활한 수면을 활용한 수상태양광발전이 그 해법의 하나다. 특히 수상태양광발전은 산림이나 농지 등의 훼손이 없는 청정에너지라는 장점 외에 수면의 낮은 온도에 따른 냉각효과로 태양광모듈의 효율이 좋아져 육상보다 발전량이 10%이상 증가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국토가 협소하고 대부분 산지로 이루어져 있는 우리나라 지형 특성에 매우 적합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물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태양에너지를 수면으로부터 얻을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돋보인다.
작년에 합천댐에 세계 최초로 수상태양광이 설치됐다. 황매산의 수려한 자연풍광과 잘 어우러진 이 수상태양광발전소는 그 아름다운 모양만큼이나 청정한 에너지를 생산해 의미가 매우 크다. 우리는 지금까지 댐에 가두어 놓은 물을 식수나 산업용수로 직접 이용하거나, 증발과 강수 현상의 원천인 태양이 만들어 놓은 낙차를 이용한 수력발전으로 자연에너지를 재이용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물이 가지는 고유의 성질을 잘 활용한 다양한 에너지 회수방법들, 특히 수상태양광과 같이 에너지도 얻고 환경도 살리는 녹색 에너지 개발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송재우 인천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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