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포는커녕 망신 포가 됐다. 북한은 어제 평북 철산군 동창리에서'광명성 3호 위성'을 실은'은하 3호'로켓을 발사했으나 2분여 만에 공중 폭발했다. 김정은 체제 공식 출범과 김일성 탄생 100주년에 맞춰 마련했던 축하 이벤트가 졸지에 대내외적 망신을 부른 자충수가 된 것이다. 북한 당국은 위성발사 장면을 공개하겠다며 외국기자들을 초청해 놓고도 정작 발사 순간은 알려주지 않았고 4시간 후에야 실패를 시인해 비난을 샀다.
로켓 발사 실패는 기술이 발전한 선진국에서도 종종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번 실패는 막 공식 출범한 김정은 체제에 막대한 타격을 입힐 게 분명하다. 북한은 11일 노동당 대표자회, 어제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김정은을 각각 당의 수반인 제1비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추대함으로써 김정일 사후 권력승계 절차를 모두 매듭지었다. 김정일은 '영원한 총비서''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추대됐다.
그러나 이를 축하하고 김정은 권력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했던 광명성 3호 발사가 실패함으로써 김정은은 출발부터 지도력 훼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만큼 김정은 체제 조기 안정 목표도 힘들어졌다. 장거리 로켓 발사 강행의 또 다른 목적인 무기 수출에도 타격이 클 것이다.
국제사회의 비난과 제재 움직임도 구체화하고 있다. 미국은 즉각 백악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실패했지만 지역안보를 위협하고 국제법규와 자신들의 약속을 위배한 것"이라고 비난하고 대북 식량지원 중단을 선언했다. 우리정부도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연 뒤 규탄성명을 내고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 안보리는 긴급이사회를 소집해 결의안 1874호 위반에 따른 제재 방안 논의에 들어갔다. 중국의 태도가 변수이지만 의장성명 등 강력한 대응 조치가 예상된다.
국제사회의 대응에 반발해 북한은 일부의 우려대로 제3차 핵실험 카드를 들고 나올지 모른다. 함경북도 길주 풍계리 핵실험 시설에 새로운 갱도 굴착 흔적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러나 추가 핵실험으로 초래될 최악의 한반도 긴장상황은 아직 취약한 김정은 체제가 감당하기 어렵다. 이번 실패로 조잡한 기술수준이 그대로 드러난 로켓 발사도 그렇지만 핵무기 개발과 같은 무모한 모험주의는 김정은 체제가 나아갈 길이 아니다. 장거리 미사일과 핵 무장을 통한 체제 생존전략은 이미 아버지 김정일 시대에 실패했다. 이제 막 체제 정비를 마치고 출범한 김정은의 새 지도부는 주민들을 배고픔에서 구할 새로운 국가발전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김정은 체제의 선택은 분명하다. 미사일과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로 나오는 것이다.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도 북한의 장거리 로켓 도발을 강력히 규탄하되 그들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관련국들간 긴밀한 공조와 조율된 압박으로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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