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어제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불가피하고 당연한 선택이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그토록 크고 거셌는데도 이를 담아내지 못한 것은 사과 정도로 넘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한 대표의 사퇴는 선거 패배의 매듭이 아니라 새롭게 변모하기 위한 출발점이 돼야 한다. 선거 과정에서 민주당이 보여준 오만과 안일, 구태와 전략 부재는 처절한 반성과 쇄신을 요구하고 있다. 어느 한 부분만이 아니라 비전과 전략, 지향점, 구조와 행태 등 전체를 다 고쳐야 할 것이다.
우선 미래 비전을 마련해야 한다. 어떤 나라, 어떤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인지, 또 이를 이루기 위해 어떤 길로 가겠다는 것인지 확실하게 제시해야 한다.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에 대해 '과거 심판'을 외치는 것만으로는 집권할 수 없다. 국민은 준비되지 않은 세력에게 결코 나라를 맡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로 노선을 재정립해야 한다. 진보성 강화는 시대 흐름이지만, 너무 지나쳐 중도의 이탈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도 중도를 기반으로 영역을 넓혔고 많은 선진국의 진보정권도 중도를 강화할 때 집권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셋째로 당 구조를 어느 한 세력의 독점체제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노무현 정신'이 재조명을 받는다고 해서 친노세력이 독주한다면 민심은 금방 떠나고 만다. 국민들은 그들이 집권했을 때의 혼돈과 무능도 기억하고 있다. 이번에도 친노와 시민사회 세력이 비례대표를 독식하는 모습에서 국민들은 오만의 과잉, 다양성의 부족을 느꼈다. 넷째로 행태가 변해야 한다. 보다 겸손해지고, 보다 넓게 민심을 청취해야 한다. SNS의 민심에만 빠지고, 끼리끼리만 만나다 보면 마치 모두가 지지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인식의 오류가 올 수 있다.
어제 사설에서 지적했듯이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다. 민주당의 분발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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