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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시험대에 오른 의료분쟁조정중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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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시험대에 오른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입력
2012.04.1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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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부터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의료분쟁조정법)'이 시행되면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출범했다.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환자와 병원의 극심한 갈등 끝에 소송까지 가야 했던 것을 전문가들이 적은 비용으로 보다 빨리 조정 해주는 제도이다.

조정원의 출범은 병원에서 의료분쟁이나 사고를 숨기고 무마시키려는 관행들을 없애고, 사회 전체가 의료사고와 분쟁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필요한 소송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의료 사고가 많이 나는 원인들을 다시 분석해 이를 줄일 수 있는 좋은 계기도 마련 될 것이다. 이 법이 잘 시행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의료부문에서 한 단계 높은 수준의 문화가 만들어 지는 것을 의미할 수 있겠다.

그러나 대표적인 의료인들의 단체에서 이 법의 시행을 반대하고 나서면서 중재원의 앞날이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의사들의 반대를 중재원의 설립에 대한 근본적인 반대로 볼 수는 없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우선 환자들 입장에서는 병원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러한 결과가 병원이 잘못해서 일어난 것인지 아니면 다른 병원에서도 같은 결과가 발생했을 지에 대해서 잘 알 수 없었다. 병원들도 대부분 자신들의 잘못이 확실하다고 해도 그러한 잘못이 다른 환자들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숨기려고 하는 태도를 갖는 경우가 많았다.

병원 입장에서는 잘못이 없는 경우까지 환자의 항의로 고통 받는다. 잘못 여부를 막론하고 환자들이 대외적으로 소란스럽게 하는 경우에는 의료기관에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에 이의를 제기하는 환자나 보호자들과의 마찰은 되도록 줄이려고 노력해 왔다. 일부 환자나 보호자들은 의사와 병원의 이러한 입장을 역이용해서 의료인과 의료기관을 협박해 거액의 합의금을 받아내 왔던 것도 현실이다.

그래도 최근 들어 의료사고가 날 경우 대한의사협회 공제회, 소비자원, 법원 등까지 가서 해결하려는 건수가 늘어나는 것은 우리 사회도 이제 그러한 분쟁에 대해 투명하고 합리적인 해결수단을 이용하고자 하는 의지가 많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인 분쟁이나 소송에서는 이의를 제기하는 쪽에서 상대편의 잘못을 주장하고 입증해야 하나, 의료의 경우 이의를 제기하는 입장에 있는 환자들은 사실 확인이나 의학적 판단에 대한 잘잘못을 가려내는 것이 매우 어렵다. 그래서 최근 의료소송에서는 소송을 제기한 환자 측이 아니라 병원에서 자신들의 잘못이 없는지를 입증하도록 하는 경향까지 있어왔다. 그러나 의료기관에서 실제 잘못한 것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를 확실하게 입증한다는 것도 역시 매우 어려운 일로, 환자도 병원도 의료사고 분쟁의 해결 때문에 매우 골치 아픈 일들을 많이 겪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또한 최근 외국인 환자들이 많아지면서 이들의 사고 시에 이러한 복잡하고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의료소송의 절차를 거치게 한다면 매우 어려운 국제적인 분쟁으로 번질 우려도 있다. 우리 의료에 대한 외국인 환자들이 접근이 어려워질 수 있어서 의료사고에 대한 합리적이고 공정하며 빠른 해결을 해 주는 제도의 마련은 매우 시급한 시점이었다.

이러한 필요성들을 의료계도 모르는 바가 아니다. 의료계가 중재원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이유는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의료계의 재원부담 문제, 조정에 참여 할 때 자료협조 거부시 벌금부과의 문제, 의료분쟁조정원의 인력 구성문제 등에 대한 이의제기이다. 이런 운영상의 문제들이 의료인들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소지가 있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의료인들은 그 동안의 염원으로 만들어 온 제도를 당장의 불이익에 대한 우려로 참여를 거부하는 것 보다는 같이 합리적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분쟁의 조정은 소송과는 다르게 양 당사자의 양보와 참여가 필수적이라 하겠다. 의료인들이 참여 자체를 거부하면 기왕에 어렵게 만들어 놓은 법과 제도가 아무런 소용이 없어지게 될 수 있다. 의료분쟁조정원도 의료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들으면서, 공정하고 합리적인 의료분쟁 조정 절차를 잘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시행 초기이지만 필요하다면 법률개정도 추진해 의료인들이 단체로 분쟁조정 참여를 거부하지 않도록 조율해 갈 필요가 있다.

김소윤 연세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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