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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끝났다고… 친 정부 성향 일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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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끝났다고… 친 정부 성향 일색

입력
2012.04.13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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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신임 금융통화위원 후보 4명이 공개됐다. 언뜻 보기엔 편파 인선 시비를 없애기 위해 고심한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친(親)정부 성향의 비둘기파(온건파)가 대거 포진했다는 분석이다. 영남 출신이 3명이나 돼 지역편중 인사라는 시각도 있다. ‘현대맨’으로 꼽히는 재계 출신 금통위원이 사상 처음 탄생한 것도 논란거리다. 기껏 이런 인사를 하기 위해서2년 동안 금통위원1자리를 공석으로 비워뒀느냐는 비판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금통위원 후보 4인은 누구

13일 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신임 금통위원 후보로 정해방 전 기획예산처 차관(기획재정부 추천), 하성근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금융위원회 추천), 문우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한국은행 추천), 그리고 정순원 전 현대자동차 사장(대한상공회의소 추천) 등 4명이 추천됐다.

4년 임기에 3억원대 연봉을 받는 금통위원은 각 기관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는 형식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청와대와의 사전 조율을 통해서 추천이 이뤄진다.

현재 건국대 법학과 교수로 있는 정 전 차관은 2년 전 임기가 끝난 박봉흠 전 금통위원 후임으로 줄곧 거론되던 인물. 행시 18회로 공직에 입문해 옛 기획예산처에서 재정기획실장, 예산실장, 그리고 차관을 차례로 지낸 재정ㆍ예산 전문가다.

하 교수는 적어도 경력으로만 보면 4명의 후보 중 금통위원 자리에 가장 부합한다. 한국경제학회장을 지냈을 뿐 아니라 한국은행 전문연구원, 옛 금융감독위원회 비상임위원을 지내면서 금융정책에 관여해왔다.

한국은행 추천을 받은 문 교수는 현 정부 대선캠프에 몸 담았을 뿐 아니라 김중수 총재의 한국개발연구원(KDI) 인맥으로도 분류되는 인물. KDI를 거쳐 아시아개발은행연구소(ADBI) 초빙학자, 한국유럽학회 이사 등을 지내면서 국제금융을 다뤘다.

가장 이색적인 인물은 현재 삼천리 고문을 맡고 있는 정 전 사장. 비록 경제학 박사라고는 하지만, 지금껏 기업인이 금통위원 자리에 오른 적은 없었다. 더욱이 정 전 사장은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가신 중 한 명으로 꼽히며 현대경제연구원 부사장,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본부장 사장, 현대로템 부회장 등을 지내 대표적인 현대맨으로 통한다.

매파는 없고 비둘기 아니면 중립

이로써 2년 만에 7인 금통위 체제를 다시 구축했지만, 기대보다는 우려가 훨씬 앞선다. 20일 임기 만료로 물러나는 금통위원 3명의 성향이 매파 2명(김대식, 최도성), 비둘기파 1명(강명헌)인 반면, 새롭게 구성된 금통위는 과도하게 비둘기파 쪽으로 편중될 공산이 커 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하 교수는 대표적인 성장론자로 분류된다. 한은 고위 인사는 하 교수에 대해 “지금껏 물가보다는 성장을 더 우선시하는 입장을 보여왔고, 적극적으로 정부 용역을 해왔다”며 “한은 독립 등의 문제에서도 줄곧 정부 편에 서 왔다”고 평했다. MB 대선캠프에 몸 담았던 문 교수 역시 그의 이력으로 볼 때 정부에 편향된 통화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 경제학자는 “문 교수는 정부의 고환율 정책을 지지해왔다”고 말했다.

정 전 사장 역시 본인의 성향과 무관하게 기업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매파(강경파)적인 통화정책을 구사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은 관계자는 “아무래도 친 기업적인, 성장 위주의 통화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고 전문성도 떨어지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그가 이명박 대통령이 몸 담았던 현대 출신이라는 점도 도마 위에 오르내린다.

이로써 당연직 금통위원인 김중수 한은 총재와 박원식 부총재, 그리고 기존 금통위원인 관료(금융위 사무처장) 출신의 임승태 위원까지 포함해서 7명의 금통위원 중 매파 금통위원은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정부 임기 마지막 해에 4년 임기의 금통위원을 4명씩이나 무더기로 임명함에 따라 향후 통화정책의 독립성이 제대로 유지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그간 글로벌 마인드를 가진 금통위원을 찾겠다고 하더니 매우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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