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부산은 여당이 쎄네예. 하지만 야권도 희망이 있어 보입니더"
12일 부산 동구 부산역에서 만난 시민 김모(45)씨는 이번 총선결과를 나름 이같이 평가했다.
새누리당은 부산 지역 전체 18석 가운데 2석만 내줬을 뿐 예상대로 '전통의 텃밭'지키기에 성공했다. 그러나 야권 후보들도 기대 이상으로 선전해 40%의 높은 득표율을 보이는 등 민심의 변화 기류가 나타나 대선 등 향후 정치일정을 놓고 볼 때 의미가 있는 결과라는 지적이다.
새누리당의 부산 '텃밭 지키기'의 1등 공신은 단연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몫이다. 박모(63ㆍ여)씨는 "미워도 다시 한번 아입니꺼(아닙니까)"라며 "역시 그의 힘은 대단했다"고 박 위원장에 대한 예찬론을 쏟아냈다. 실제 박 위원장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부산을 5차례나 방문, 지원유세에 나서며 그의 강한 인상을 부산에 심었다.
하지만 부산의 대학생들과 20ㆍ30대 층들은 이번 선거결과에 대해 많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대학생 김모(21)씨는 "야권의 차기 대권후보 가운데 한 사람인 문재인(사상) 당선자와 3선을 일궈낸 조경태(사하을) 당선자 이외에 1~2명만 더 당선됐더라면 문 당선자의 대권 행보에 힘이 더 실렸을 텐데"라고 애석해 했다. 사상구 개표결과 문 당선자 지지도는 55.04% 였지만, 민주통합당 지지도는 40.33%에 그친 것은 '문재인은 좋지만, 정당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부산 민심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새누리당 일부 당선자들에 대한 불만과 비난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회사원 김정근(34)씨는 "다른 후보들은 몰라도 논문을 표절한 게 확실해 보이는 후보나 친일 발언을 한 인물도 새누리당 간판만 달면 당선되는 부산의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주부 이미영(31)씨도 "언론에서조차 비판받는 후보가 당선되자 타 지역에 사는 지인들까지 전화를 걸어 부산 시민과 민심에 대해 나쁘게 평가하더라"며 "다음 총선에선 이러한 지역색이 사라졌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경남권에서는 민주통합당이 대안세력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경남 창원시에서 만난 택시 기사 김모(53)씨는 "MB정권 심판하자고 목소리만 높였지 저거(야권)들이라고 내놓은 게 뭐 있능교(있습니까)"라며 민주통합당 평가절하 했다. 김씨는 야권의 패인을 불법사찰 문제를 넘어 유권자의 표심을 제대로 사로잡지 못한 데 있다고 꼽았다.
사실 여권은 총선을 앞두고 최구식(진주갑) 의원이 디도스사건과 관련 탈당하고, 박희태 의원이 전당대회 돈봉투사건으로 국회의장직에서 물러난데다 남해ㆍ하동선거구가 사천시에 통폐합되는 등 잇단 악재로 위기감이 팽배했다.
반면 야권은 2010년 김두관 경남지사를 야권단일후보로 당선시킨 여세를 몰아 확실한 기반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러나 진보통합당 권영길의원이 재선을 통해 '진보정치의 진원지'로 만든 창원 성산구의 야권단일화 실패에 따른 불협화음이 인근 창원 의창과 거제, 김해 등 야권 강세지역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대학생 황모(22)군은 "MB정부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야권이 패한 것은 단일화만 추구한 안일함과 진보진영 분열 등 오만함이 결정적 원인"이라며 야권을 쏘아붙였다.
창원=이동렬기자 dylee@hk.co.kr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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