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1 총선 패배 이후 야권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한데 묶어서 보는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문 고문이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인 만큼 안 원장에 대한 기대치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총선을 지나면서 야권의 대선주자 경쟁은 당분간 '절대 강자'가 없는 혼전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그간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대항마로 여겨지면서 위상이 급속히 높아졌던 문 고문이 다소 타격을 받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문 고문은 부산 출마를 선언한 뒤 줄곧 '낙동강 벨트'의 선봉에 서서 새누리당 일색이었던 부산ㆍ경남(PK)권의 정치 지형을 어느 정도 흔들어놓았다. 부산진갑, 북ㆍ강서을ㆍ사하갑 등 4~5곳에서 박빙의 승부를 펼쳤고, 부산 지역 정당득표율도 30%를 훌쩍 넘어섰다. 문 고문이 아니었으면 만들어내기 힘든 결과라는 데에 별다른 이견이 없다.
하지만 '2%'가 부족했다. 결과적으로 자체 경쟁력이 충분했던 조경태 의원 외에는 동반 당선자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나마 경남에서 1석을 더 건진 게 다행일 정도다. 박 비대위원장이 부산을 다섯 차례나 방문하면서 사실상 양자대결 구도가 형성됐던 점을 감안하면 1차 승부에선 패한 셈이다.
이렇다 보니 야권에선 안 원장을 주목하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안 원장이 야권의 대선후보 경쟁에 합류해야 중도 및 합리적 보수 성향 표심을 끌어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문 고문과 손학규ㆍ정세균 전 대표, 정동영 전 의원 등 기존 주자들만으로는 표의 확장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판단과 맞닿아 있다.
아예 안 원장을 유일 대안으로 거론하는 의견도 있다. 한 당선자는 "기존에 거론돼온 주자들로는 박 비대위원장 독주체제를 막을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해진 것 아니냐"면서 "필요하다면 야권 전체의 진용을 새롭게 짜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안 원장이 당분간은 야권에 합류하거나 제3지대를 형성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당장 민주당 내에서조차 안 원장 지지그룹이 명확하지 않다. 섣불리 발을 담갔다간 고건ㆍ정운찬 전 총리의 전철을 밟을 수 있는 것이다. 여야 대립으로 정치판 전체가 요동치는 상황이 아니라면 틈새를 찾기도 쉽지 않다.
물론 안 원장이 어떤 식으로든 대선 행보에 나설 것이란 데에는 정치권이나 전문가들의 의견이 대체로 일치한다. 문제는 시기와 방식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정치 불신이 여전하고 쟁점 현안도 많아 안 원장이 움직일 공간이 꽤 있다"면서 "결심이 설 때까지 어떤 식으로든 계속해서 메시지를 던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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