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에서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의 막말 파문은 어느 정도 영향을 줬나요?"
뜻밖의 총선 결과를 접한 유권자들은 이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민주통합당이 패배하자 전문가들도 승패 요인 분석에 골몰하고 있다. 박근혜의 힘, 정권심판론 약화, 야권연대에 대한 보수층의 불안감 등 여러 이유가 제시되고 있지만 선거 막판에 가장 큰 영향을 준 변수는 김 후보의 막말 논란이었다.
서울 노원갑에 출마한 김 후보의 과거 발언 파문이 수도권 및 충청·강원 지역 판세 변화를 가져오고 있었다는 사실은 여론조사 비공개 기간에 실시된 일부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되고 있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 같은 흐름을 잘 몰랐는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한국리서치는 지난 8일 노원갑 지역 유권자를 대상으로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한국리서치는 언론사 의뢰로 2일에도 같은 지역에서 여론조사를 했기 때문에 6일 간의 여론 변화 추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김 후보의 막말이 쟁점화되기 시작한 시점인 2일 조사에서는 김 후보가 새누리당 이노근 후보에 비해 2.8% 앞섰다. 그러나 8일 조사에서는 이 후보가 7.4% 포인트 상승하고, 김 후보는 11.0% 포인트 하락했다. 막말 파문이 노원갑에서는 순위를 바꾸는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변화 폭은 김 후보의 여성, 노인, 종교 관련 발언과 관련된 여성, 고연령층 등에서 컸다는 점도 주목된다.
그렇다면 김 후보의 막말 파문이 전체 선거에 미친 영향은 어느 정도 됐을까. 선거학회와 YTN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7,8일 전국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김 후보의 발언 파문이 선거에 미친 영향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36.7%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대답했다. 특히 고연령층(44%) 보수층(43.5%)에서는 선거에 영향을 준다는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김 후보의 막말이 보수층과 고연령층의 결집력을 높여 새누리당 지지를 높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다.
특히 여야 간 박빙 승부가 많았던 수도권, 새누리당이 9석 모두를 싹쓸이한 강원도, 애초 예상보다 민주통합당이 부진한 충북 등에서 상대적으로 영향이 더 컸다고 짐작해 볼 수 있다. 김 후보 발언 파문이 다른 선거구에서 미친 파장의 크기를 정확히 계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지역들의 야권 단일후보에게 1~3% 포인트 가량의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왔다고 추론할 수 있다. 이번에 득표율 차이가 3% 포인트 이하인 접전지가 많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 후보 발언 파문은 새누리당에게 과반 의석을 안겨주는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또 막말 파문은 선거 막판에 야권의 정권 심판론과 불법사찰 파장을 덮어버리는 역할도 했다.
김춘석 한국리서치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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