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뭐한 겨?" "긍게, 이래가지고 정권교체나 하겄어!"
12일 오후 전남 목포시 하당신도심 평화광장의 한 식당. 막걸리를 반주 삼아 늦은 점심을 하던 회사원 주모(44)씨 일행의 목소리에는 잔뜩 날이 서 있었다. 전날 민주통합당이 받아 든 초라한 '총선 성적표' 때문이었다. 주씨는 "민주통합당이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겠다고 난리를 치더니 되레 즈그들이 심판을 받았다"며 "공천이고 뭣이고 (민심 무시하고 )건방지게 즈그들 맘대로 하더니, 꼴 좋다"고 맹비난했다.
민주당 텃밭인 호남 지역에는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민주통합당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재보궐선거에 이어 또 다시 민주통합당이 무능력한 모습을 보이자 지역민들 사이엔 "민간인 불법 사찰 파문과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디도스 공격 사건 등 호재를 갖고도 이 모양이라면, 대통령선거(정권교체)도 이미 물건너 간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광주 남구 주월동 무등시장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49)씨는 "전직 동장 투신자살 등 온갖 공천 잡음과 나꼼수 출신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 등에 대한 성난 민심을 외면하고 안이하게 대처하더니 결국 화를 불렀다"며 "이쪽(호남)이야 민주통합당이 미워도 찍는다지만, 저쪽(충청ㆍ강원)에서는 이런 모습을 보고 민주통합당을 찍겠느냐"고 비난했다. 이곳에서 만난 김영국(54)씨도 "민주통합당이 다 된 밥에 스스로 재를 뿌린 꼴"이라며 "이놈의 정당이 정말 민심 무서운 줄 모른다"고 성토했다.
이 같은 호남 민심의 분노는 새로운 정치세력에 대한 요구로 이어지기도 했다. 택시운전사 황모(64)씨는 "민주통합당의 패배는 개혁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인재를 발굴하지 않은 데 원인이 있다"며 "십수년째 인재를 키우지 않고 거기서 거기인 인물만 내세워 표를 호소하는 모습에 이젠 신물이 난다"고 꼬집었다. 변원섭 참여자치21 대표도 "투표결과 호남에선 민주통합당이 휩쓸었지만 득표율을 보면 옛날과 사뭇 달라 민심이 민주통합당을 대신할 정당을 찾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낙선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광주 서구을)와 정운천 후보(전주 완산을)의 높은 득표율과 3명의 통합진보당 후보의 당선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한편 민주당이 3개 지역구를 싹쓸이한 제주의 민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회사원 김모(40)씨는 "민주당에 표를 준 것은 결코 민주당이 예뻐서가 아니라 제주 해군기지 건설 강행 등으로 제주를 홀대하는 이명박 정부가 싫어서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전주=최수학기자 shchoi@hk.co.kr
정재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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