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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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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다

입력
2012.04.12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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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끝나면 으레 환호와 눈물이 엇갈린다. 참패만 면해보자고 했던 새누리당은 과반 의석을 확보했으니 표정 관리를 하는데도 웃음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거센 정권심판 기류 속에서 과반 의석까지 넘보던 민주통합당은 제 1당마저 빼앗겼으니 입을 굳게 다물어도 눈물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마냥 낙관하고 민주당은 비관에만 절어 있을 상황은 아니다. 산술적으로는 승패가 분명히 갈렸지만, 정치적으로는 전혀 승부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4년 전 18대 총선을 복기해보자. 당시 한나라당은 153석을 얻는 압승을 거뒀다. 언뜻 보면 지금과 비슷하지만, 내용은 전혀 다르다. 굳이 이념으로 지형을 나눠보면, 보수 의석은 한나라당과 친박연대(14석), 자유선진당(18석), 보수적 무소속을 합쳐 203석이나 됐다. 반면 진보 의석은 민주당(81석), 민노당(5석), 창조한국당(3석), 진보적 무소속을 합해 96석에 불과했다. 비례대표 득표율도 한나라당 37.5%, 친박연대 13.2%, 자유선진당 6.9% 등 보수가 57.6%를 차지했고, 진보는 민주당 25.2%, 민노당 5.7%, 창조한국당 3.8%, 진보신당 2.9%로 37.6%에 그쳤다.

이번 총선의 의석을 보면, 보수는 새누리당 152석, 자유선진당 5석 등 157석이고 진보는 민주당 127석, 통합진보당 13석, 호남 무소속 2석 등 142석이다. 차이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비례대표 득표율은 더욱 팽팽하다. 보수의 득표율은 새누리당 42.8%, 자유선진당 3.2% 등 46.0%이고 진보는 민주당 36.5%, 통합진보당 10.3% 등 46.8%로 사실상 같다. 따라서 대선국면에서 야권이 단일후보를 내세워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과 1대 1 구도를 구축한다면, 적어도 수치상으로는 누가 이길지 모른다는 분석도 가능해진다. 아직 승부가 끝나지 않았다고 하는 이유다.

다만 전제가 있다. 민주당이 처절한 자기반성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출발은 박선숙 사무총장처럼 한명숙 대표가 사퇴하는 책임론에서 시작돼야 한다. 단순히 선거에서 졌기 때문이 아니라 정당을 이끌고 선거를 주도할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누차 지적됐지만 민주당은 도덕성을 내세우면서 유죄판결을 받은 임종석 전 사무총장을 우선 공천했고, 진보적 흐름에 너무 기울어 중도의 이탈을 불러왔으며, 자신들이 추진했던 한미FTA와 해군기지 폐지를 주장하는 이율배반으로 신뢰를 무너뜨렸다. 특히 막말 파문의 김용민 후보에 대해 '사퇴를 권했으나 거부했다'는 우유부단한 태도를 취함으로써 많은 접전지의 패배를 초래하고 수권능력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켰다. 그 중심에 한 대표가 서 있었던 것이다.

2004년 미국 대선을 연상시킨다. 9ㆍ11 테러를 당하고 뚜렷한 명분도 없이 이라크전쟁을 일으킨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 도전은 거센 반발에 부딪쳤다. 민주당과 진보세력은 한 목소리로 심판을 외쳤지만 결과는 부시의 재선이었다. 그 이유는 진보진영이 나라를 이끌고 변화시킬 준비가 돼 있다고 국민들이 믿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국 정치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사례다.

아무리 현 정권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고 국정 운영에 실패했다 해도 국민들은 준비되지 않은 세력에 정권을 맡기지 않는다. 그 원칙은 새누리당에도 해당된다. 선거에서 이겼다고 민간인 사찰 등 적폐들을 대충 덮고 넘어가려 하거나, 과거처럼 부자나 재벌 위주의 경제정책으로 돌아가는 오만을 보인다면 민심은 금방 떠날 것이다.

그렇다고 복지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사실은 4년 전에 비해 진보 의석이 늘어났지만 과반을 주지 않은 선거결과에 잘 나타나 있다. 복지가 대세이지만 재정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현실성이 있는지, 그저 나눠주는 시혜적 복지가 아니라 소비와 재생산을 견인해 내는 지속 가능한 발전성이 있는지를 국민들은 따지게 된 것이다. 자신들도 그 결과가 어찌될지 모르는 정책이나 주장을 내세우는 것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이런 점을 고려해보면,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나 같은 선상의 출발점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새누리당이 오만에 빠지지 않고 민주당이 분발한다면, 대선 국면에서 멋진 경쟁이 이루어질 것이다.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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