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인종범죄 논란을 일으킨 흑인 청소년 트레이번 마틴(17) 살해 사건의 용의자가 결국 2급 살인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을 재수사 중인 안젤라 코리 플로리다주 특별검사는 "마틴을 숨지게 한 히스패닉계 자경단장 조지 짐머만(28ㆍ사진)을 2급 살인혐의로 기소하고 그를 일반 교정시설에 수감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사건 발생 이후 두문불출하던 짐머만은 이날 자수했다. 코리 특별검사는 "사회적 관심 때문이 아니라 사건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어렵게 내린 결정"이라며 "이제 막 정의를 향한 첫 걸음을 뗐다"고 말했다.
2급 살인은 고의성이 없더라도 싸움이나 기타 대결 등이 살인의 원인이 됐을 때 적용하는 죄목으로 최대 종신형에 처해질 수 있다. 짐머만의 새 변호인 마크 오마라는 "재판 과정에서 짐머만의 무죄를 입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틴의 아버지 트레이시는 "우리는 흑인, 백인, 히스패닉 등 모든 인종과 함께 정의 실현을 위한 여정을 계속하겠다"며 검찰의 결정을 환영했다.
짐머만은 지난달 26일 플로리다주 샌퍼드에서 간식거리를 사서 집으로 돌아가던 마틴을 범죄자로 오인해 사살했다. 그는 정당방위 차원에서 총기 사용을 허가하는 플로리다의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Stand Your Ground)'법의 적용을 받아 체포되지 않았다.
그러나 마틴이 사건 당시 술이나 마약에 취해있었다는 짐머만의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인종혐오 범죄 가능성이 제기됐고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 전역으로 확산됐다. 온라인 청원사이트 체인지닷오르그에는 지금까지 226만여명이 짐머만을 처벌해야 한다는 탄원서에 서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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