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1 총선은 개표 막바지까지 불과 몇 백 표 차이로 희비가 갈리는 초박빙 승부가 유난히 많았다. 1~2위 간 득표율 차이가 3%포인트 미만인 지역이 26곳에 달했다. 이 때문에 후보자도 유권자도 끝까지 손에 땀을 쥐고 개표 상황을 지켜봐야 했다.
가장 큰 드라마는 경기 고양 덕양갑에서 나왔다. 마지막 3% 개표에서 결과가 뒤집혔다. 덕양갑은 '친박' 성향의 손범규 새누리당 후보와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이자 17대 국회의원이었던 심상정 후보가 재선을 두고 맞붙었다. 두 후보는 개표 초반부터 득표율이 1%포인트 안팎의 차이로 박빙이더니 개표가 97.1% 가량 진행돼서도 0.3%포인트 차이로 초접전이었다. 자정께 두 후보의 득표율은 손 후보가 49.4%, 심 후보가 49.1%였고 표로 따지면 불과 247표 차이였다. 그러나 마지막 남은 3% 개표에서 심 후보가 힘을 받아 170표 차이로 이겼다.
바로 이웃 선거구인 경기 고양 덕양을에서도 0.3%포인트 차이로 당락이 갈렸다. 11일 밤 11시쯤에는 송두영 민주통합당 후보가 한 때 19표 차이로 김태원 새누리당 후보를 앞서더니 자정께엔 역전 돼 결국 227표 차이로 김 후보가 당선됐다.
서울 성동을에서도 홍익표 민주통합당 후보가 김동성 새누리당 후보를 불과 488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서울 서대문을에서는 정두언 새누리당 후보가 김영호 민주통합당 후보를 625표 차이로 이겼으며, 서울 중랑을에서는 박홍근 민주통합당 후보가 강동호 새누리당 후보를 853표차로 제치고 당선됐다. 또 서울 강서을에서는 김성태 새누리당 후보가 김효석 민주통합당 후보를 겨우 871표 차이로 이겼다.
광주 동구에서는 무소속 박주선 의원이 역시 무소속 양형일 후보를 456표 차이로 물리치고 당선됐다.
경기 시흥갑에서는 개표 내내 엎치락 뒤치락 하던 함진규 새누리당 후보와 백원우 민주통합당 후보가 대결, 0.3%포인트인 202표 차이로 함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경기 안산단원을에서는 박순자 새누리당 후보가 3선 고지에 이르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다. 당선자인 부좌현 민주통합당 후보와 표 차이는 512표, 득표율로는 0.9%포인트 차이였다.
경남 김해갑에서는 민홍철 민주통합당 후보가 김정권 새누리당 후보를 989표 차이로 물리치고 당선됐다. 민 후보는 82.3% 개표가 됐을 때 겨우 23표 차이로 앞서다가, 개표 84.3% 때에는 불과 8표 차이를 보이는 등 초박빙 상황이 지속됐다.
국회의원 선거 사상 최소표차 승부는 지난 16대 총선에서 경기 광주군에 출마한 박혁규 한나라당 후보와 문학진 새천년민주당 후보 사이의 대결이었다. 당시 개표에서 박 후보는 불과 3표 차이로 문 후보를 눌러 문 후보에게 '문세표'란 별칭이 붙기도 했다. 두 사람 간 승부는 문 후보의 당선무효소송으로 법원까지 갔지만 법원의 재검표에선 되레 표 차이가 2표로 줄었다. 문 후보의 별명은 한동안 '문두표'로 바뀌어 불렸다.
재검표에서 당락이 바뀐 일도 있다. 14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을에 출마한 김용채 민주자유당 후보는 당시 개표에서 36표 차로 임채정 민주당 의원을 이긴 것으로 나왔으나 재검표에서 투표용지 100장짜리 한 묶음이 잘못 집계된 것으로 드러나 당선자 자리를 내줬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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