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는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의 대선 잠룡인 정세균 후보를 선택했다. 정 당선자는 친박 진영의 대표적 원로인 새누리당 홍사덕 후보를 상대로 접전 끝에 승리, 야권의 자존심을 지켰다.
정 당선자는 11일 밤 10시40분쯤 당선이 확실시 되자 "종로의 민심은 바로 대한민국의 민심"이라며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을 심판하라는 민심이 드러난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양극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민생 경제를 우선 챙기고, 정치 신뢰 회복에 앞장서겠다"며 "이를 통해 12월 대선에서 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 거듭나는데 역할을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5선 등정에 성공한 그는 이제 대선 행보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그는 지난 1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한명숙 대표의 당내 경선을 지원하는 등 친노진영 내 독자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잠룡이지만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4선을 했던 지역구(전북 진안•무주•장수•임실)를 떠나 서울 한복판에 새 둥지를 트는 데 성공, '호남 정치인'에서 벗어나 '전국 정치인'의 위상을 갖게 됐다.
더욱이 종로는 역대 대통령만 3명이나 배출한 곳이다. 윤보선 전 대통령은 종로에서 3선을 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도 지역구 의원을 지냈다. 1998년 노 전 대통령의 보궐선거 승리를 빼고는 1990년대 이후 모두 보수정당 후보가 당선됐던 지역이다. 18대 총선 때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출마해 고배를 마셨던 곳이기도 하다. 이런 종로에서 야권 지지층을 하나로 결집시켜 승리를 일궈냈다는 점에서 그로서는 대망을 품을 만하다.
정 당선자는 앞으로 문재인 상임고문이나 김두관 경남지사,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등 주로 당 밖 출신 인사들이 유력 대권 후보군으로 나서는 상황에서 '당내인사 적자론'을 펼치며 보폭을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손학규 전 대표나 이번 선거에서 낙선한 정동영 의원 등과 비교해도 그가 상승세를 탄 것은 분명하다. 그는 이미 지난해 4월 자신의 대선 싱크탱크인 '국민시대'를 출범시켰다. 경제 마인드와 함께 부드럽고 온화한 이미지를 지닌 그가 이제 당당한 야권의 잠룡으로서 새 출발선에 서게 됐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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