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논란과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완주한 김용민 서울 노원갑 민주통합당 후보는 결국 유권자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3월말 여론조사에서 이노근 새누리당 후보를 10%포인트나 앞서며 인터넷방송 '나는 꼼수다'의 파워를 자랑했던 김 후보는 수년 전 자신이 인터넷방송에서 했던 막말에 발목이 잡혔다. 대중의 속을 긁어주던 시원한 말이 결국 암초가 됐다.
11일 오후 10시 현재(개표율 76.61%) 이노근 한나라당 후보가 50.71%를 득표, 김용민(43.55%) 후보를 7%포인트차로 따돌리고 당선이 유력시됐다. 김씨는 언론 접촉을 피한 채 오후 9시쯤 서울 혜화동의 한 카페에서 나꼼수 지지자들을 만나 "노원구 임대아파트에 사시는 분들에게서 표를 많이 못 얻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꼼수 지지자들은 인터넷 카페 '정봉주와 미래권력들'에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가슴이 갑갑하다, 국민의 수준이 이것인가" 등의 글을 남기며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4만5,000표(오후 10시 현재) 가량의 기권표가 나온 것과 관련 "왜 노원갑에만 이렇게 기권표가 많냐"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씨는 민주당 공천을 받았을 때부터 논란을 겪었다. 민주당 내부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노원갑의 17대 국회의원이자 나꼼수의 공동진행자였던 정봉주 전 의원의 강력한 추천으로 한명숙 민주당 대표가 김씨를 전략 공천하자 "지역구 세습" "정봉주 아바타"라는 비판이 일었다. 그럼에도 한 대표는 김씨를 "나꼼수로 대한민국을 흔든 장본인"이라고 치켜세웠다.
3월말 김씨에 대한 압도적 지지는 이달 초 노원구청장 출신인 이 후보의 추격으로 오차 범위까지 좁혀졌다. 그러던 중 3일 김씨가 2004년 한 인터넷방송에서 "(연쇄살인범) 유영철을 풀어 라이스(당시 미국 국방부 장관)를 강간해서 죽이자"고 말한 것이 공개되면서 국회의원 부적격자라는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김씨의 공개 사과에도 불구, 노인비하 발언과 주한 미군 장갑차 살해 발언 등이 추가 공개되면서 사퇴 압박도 거세졌다. 그러나 김씨는 "사퇴보다 완주하는 것이 야권연대를 복원시키고 정권심판의 선거로 만드는 일"이라며 완주했다.
하지만 사과 후에도 나꼼수 진행자들은 보수 진영과 언론을 탓하고 라이스 전 장관에 대해서도 "생물학적 여성이 아니라 전범을 공격한 것"이라며 반미 구도를 들고 나와 역풍을 심화시켰다. 나꼼수 지지자에 대한 눈치를 보며 김씨를 사퇴시키지 않은 민주당에도 부담을 안겨주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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