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아빠의 모닝콜이 울린다. 지금껏 내 단잠은 죄다 아빠가 깨워왔다. 그간 나에 대한 아빠의 충성은 실로 눈물겨운 것이었다. 큰 수술을 받던 날 아침에도 민정이 깨워, 가 첫 인사였으니. 이러한 따르릉 전화벨이 하루 쉽니다, 에 들어가는 날이 있으니 바로 선거일이다.
그렇다. 아빠와 나는 정치 얘기만 나오면 현재형의 애인 사이가 아니라 과거의 전 남친과 전 여친처럼 볼 것 안 볼 것 다 본 사이로 으르렁거리며 송곳니를 드러내니 말이다. 오랫동안 서로 다른 정당을 지지해온 아빠와 나, 선거가 있던 어느 해는 밤샘 작업을 하고 와 해질녘까지 퍼 자던 날 깨우지 않기 위해 깨금발로 집안을 오가던 아빠이기도 하다지.
밥상머리에서 논쟁이 붙을라치면 밥숟가락 내던지며 화를 내던 아빠와 그러거나 말거나 끝까지 구시렁거리며 꾸역꾸역 밥그릇을 다 비웠던 나, 대체 이 다름 이 차이를 견디는 건 물어뜯음밖에 없으려나. 투표를 마치고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역시나 지지하는 상대가 달라 그들을 놓고 쳇 하기도 잠시, 서둘러 휴대폰에 코를 박는 내가 있었다.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선거에 관한 말의 풍경이 참으로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결과를 떠나 소득이라면 사람들이 이번 선거를 주체적으로 받아들이고 다양한 상상력으로 갖고 놀아보기 시작했다, 라는 거랄까. 어쨌거나 선거는 끝났다. 그러나 우리들의 축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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