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치러진 19대 총선 서울 강남을 선거구 투표함 개표 과정에서 봉인 처리가 되지 않은 투표함이 무더기로 발견돼 개표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민주통합당 정동영 후보 지지자들은 의혹을 제기하며 개표소 앞에서 밤 늦게까지 시위를 벌이는 등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이날 오후 6시 투표 종료 후 강남을 선거구 개표소인 강남구 학여울역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 각 투표소의 투표함들이 도착한 뒤 개표가 진행되던 오후 8시쯤 정 후보 측은 15개의 투표함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의를 제기했다.
정 후보 측은 "개포1동 제5투표소 투표함의 경우 자물쇠는 있으나 직인이 찍혀 있지 않았고, 다른 지역 투표함도 바닥면에 봉인 도장이 찍히지 않거나 테이프로 밀봉조차 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 측은 이어 3개의 투표함도 봉인되지 않은 상태로 개표소에 도착했다는 점을 추가로 지적했다. 강남을 선거구 투표함은 총 55개로, 이 중 3분의 1에 가까운 18개의 투표함이 미봉인 등 문제가 있었다고 정 후보 측은 주장했다.
정 후보 측 참관인단은 선거관리위원회에 개표 중단을 요구했고, 새누리당 김종훈 후보 측 참관인단이 이에 항의하면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선관위는 문제가 된 투표함의 개표를 유보하고 다른 투표함부터 개표를 진행했다. 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급하게 투표함을 밀봉해 가져오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며 "고의성은 없고 부주의로 인한 문제"라고 해명했다. 선관위는 "내부 매뉴얼에는 투표함을 조립할 때 도장을 찍게 돼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해서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며 "봉인이 투표의 유ㆍ무효를 가르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 후보 지지자 200여명은 개표소 앞에서 연좌시위를 벌이는 등 반발했다. 이들은 "부정선거, 선거무효"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날 오후 10시50분 현재 강남을 선거구는 문제가 된 투표함들을 제외한 67.2%의 투표함만 개표, 새누리당 김 후보가 정 후보를 1만5,000여표 앞선 상황에서 12일 새벽까지 개표가 완료되지 않았다.
정 후보 측은 "선거에 중대한 하자가 있기 때문에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며 선관위 결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 한편으로 민주당 중앙당을 통해 개표 전면 중단을 요청하는 등 문제 제기를 이어간다는 입장이어서 파문은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철현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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