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이 10일(현지시간) 미 공화당 대선 경선을 포기했다. 그의 사퇴로 공화당 대선 후보는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로 사실상 확정됐다. 이에 따라 롬니는 대선 본선 맞상대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공격에 주력할 것으로 보여 앞으로 선거는 양자대결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샌토럼은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경선 중단을 선언했다. 그는 선천성 장애를 앓는 막내딸 벨라의 건강문제를 언급하며 “지난주 가족과 함께 지금이 백악관 입성시도를 접을 때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중도성향의 롬니를 대신할 정통보수 후보를 자처하며 경선 초반 돌풍을 일으킨 샌토럼은 3월 경선에서 잇따라 패하면서 경선포기가 시간 문제로 여겨졌다. 그가 확보한 대의원은 275명으로, 롬니 대의원(651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는 24일 정치적 고향인 펜실베이니아주 경선을 최후의 일전으로 삼으려 했으나, 이 곳 지지율마저 롬니에게 뒤지자 미리 손을 든 것이란 분석이다. 샌토럼은 경선을 통해 2006년 상원의원 선거 패배의 후유증에서 벗어난 것은 물론, 롬니의 정치적 맞수로 각인되며 당 지도자 반열에 올랐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롬니의 약점인 세금 문제를 꺼내 들며 그를 대선 경쟁자로서 ‘대접’했다. 오바마는 플로리다주 애틀랜틱대 연설에서 부자증세를 내용으로 한 ‘버핏세’를 주장하면서 “특정 직위를 노리고 뛰는 일부 인사가 공정한 세금을 내지 않은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롬니를 겨냥했다. 하루 앞서 오바마 진영은 2010년 롬니가 중산층보다 낮은 13.9%의 소득세를 납부한 사실을 지적한 뒤 23년치 소득세 납부내역을 모두 공개하라고 공격했다.
억만장자 워런 버핏의 이름을 딴 버핏세는 연간 100만달러 이상 소득자에게 최소 30%의 세금을 물리는 내용인데, 오바마가 무당파와 부동층을 끌어안을 유력한 전략으로 평가된다.
이날 공개된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 공동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2%는 미국 최대 문제로 부자에게 유리한 경제의 불공정성을 꼽았으며, 32%만이 공화당의 규제완화 정책을 지지했다. 오바마와 롬니의 지지율은 각각 51%와 44%로 조사됐다. 오바마는 호감도, 여성문제, 중산층보호, 외교 등 15개 부문에서, 롬니는 재정적자, 경제대책 등 3개 분야에서 상대방을 앞질렀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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