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가격이 최근 4개월 새 3배 이상 폭등했는데도 소비자들은 정작 비싸다고 여기지 않는 분위기다. 마트에서 팔리는 배추의 소비자 가격이 도매가격보다 오히려 싸기 때문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진 걸까.
10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서울 가락시장에서 배추 상품 기준 평균 도매가격은 올해 1월 933원에서 지난달 2,554원으로 274%나 치솟았다. 이달 들어서도 포기당(상품 기준) 3,161원(7일), 3,202원(9일), 3,706원(10일)으로 꾸준히 오르고 있다.
하지만 요즘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배추의 소비자 가격은 포기당 1,900~2,000원에 불과하다. 일반적인 실물 경제의 유통 흐름과는 맞지 않는 이런 현상이 생긴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배추 비축분을 대량 방출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2월 전국적인 한파로 전남 해남 등지에서 재배하는 겨울 배추가 얼어 죽기 시작하자 가격 인상을 우려, 포기당 900~2,100원에 겨울배추 6,000톤을 비축했다. 그런데 실제로 배추값이 폭등하자 3월과 4월 대형마트 등에 4,000톤을 공급했다.
정부가 대형마트에 공급한 포기당 가격은 1,200원. 현재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배추는 정부 공급분인 까닭에 도매가격(10일 기준 3,706원)보다 훨씬 더 싼 1,900~2,000원에 판매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정부의 시장 개입에 따른 비가격적 요인 탓에 생산자들과 중간 도매상 간 수급에 의해 결정되는 도매가격이 소비자 가격보다 오히려 비싸지는 기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여기에 배추 수요가 줄어든 비수기인데다 대형마트가 중간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산지에서 직접 배추를 구입해 유통 마진을 축소한 점도 한몫 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만일 정상적인 유통 경로와 마진을 따른다면 배추 가격은 포기당 4,000~5,000원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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