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제1호인 서울 흥인지문(동대문)에서 60m 떨어진 JW메리어트 호텔 신축공사 현장에서 올 2월초부터 암반 발파작업이 이뤄지면서 소음과 진동 등으로 동대문 지반붕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다. 특히 문화재청은 해당 신축공사가 동대문에 미칠 영향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허가를 내줘 논란이 되고 있다.
10일 서울시와 문화재청 등에 따르면 호텔 신축공사를 맡은 GS건설은 현장 발파작업이 동대문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동대문 측벽 상하 2개 지점에 진동계측기를 설치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문화재 관련 시민단체들은 "숭례문 화재 이후 강화된 문화재 관리 규정에도 불구하고 문화재청과 종로구청이 신축 공사가 동대문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검토 하지 않은 채 허가를 내준 것 아니냐"며 즉각적인 공사중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동대문과 인접한 옛 동대문쇼핑센터 주차장 부지(종로구 종로 6가 287번지)에는 ㈜ 동승이 지난해 11월1일부터 연면적 4만2,306㎡, 지상 10층 지하 6층 규모의 JW메리어트 호텔 등 복합 시설 신축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시공사인 GS건설은 올해 2월부터 지하 암반 터파기 공사를 위해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1~2시간 발파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지하철 1ㆍ4호선 동대문역과 연결되는 지하 쇼핑센터 앞 공사 현장에서는 발파 시 소음과 함께 미세한 진동이 감지되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달 9ㆍ15일 문화재청과 종로구청, GS건설 등이 입회한 가운데 실시한 발파 진동에 따른 동대문 영향 1ㆍ2차 평가결과, 10회 발파 시 최대 속도 값이 0.12 카인(Kineㆍ1초에 진동의 여파가 미치는 거리를 cm로 측정하는 단위)인 것으로 측정됐다. 이는 문화재청이 공사허가 전에 제시한 발파 진동 기준 0.15 카인에 매우 근접한 수치다.
박흥균 호서대 교수는 "진동이 계속 될 경우 충격이 흡수되지 않고 지반에 남게 된다"며 "이로 인해 돌과 흙을 쌓아 만든 동대문에 불균형 지반 침하 현상이 나타날 경우 건물이 한번에 무너질 수도 있다"고 우려감을 표명했다. 반면 문화재청은 "현재 발파 진동 기준은 국가와 시행 기관에 따라 제 각각이지만 일반적으로 문화재의 경우 0.2 카인의 기준이 적용된다"며 "아직까지는 커다란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화재 전문가들은 조선시대 흥인지문 건설 당시 이 주변에 흐르는 지하수로 인해 지반이 약해 별도의 토목공사를 벌인 기록 등이 남아있을 뿐 아니라 발파 진동 기준만으로는 장기적 영향을 검증하기 어렵다며 지반 붕괴 가능성을 우려했다. 특히 서울시가 흥인지문의 역사ㆍ문화적 중요성을 고려해 과거 인근 동대문 교회를 철거했는데, 다시 고층 건물을 짓도록 허가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 문화재청은 지난해 1ㆍ2월 진행한 문화재위원회 심의과정에서 GS건설의 신축공사가 흥인지문의 지반에 미칠 영향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승이 지난해 3월7일 종로구청을 통해 문화재청에 접수한 '종로구 종로 6가 289-3 허가사항 변경허가 신청서'에 따르면 문화재위원회 심의 결과 지적 사항은 '지하 터파기시 지하수의 변동을 고려해 대비책을 제출토록 하라'는 원론적 수준에 그쳤다.
또 종로구청은 지하 암반 발파 작업에 대한 별도의 자체 분석 없이 '지하층 축조를 위한 암반 굴착 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이 지하철 구조물에 영향이 없도록 하라'는 서울 메트로 측의 의견만을 수용해 조건부 허가를 지난해 3월21일 내줬다. 문화재청과 종로구청의 심의 과정에서 모두 발파 공법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 자체가 없었던 셈이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땅 밑으로 지하철 1ㆍ4호선이 지나가는 등 지반이 약해진 흥인지문의 코 앞에서 발파공사가 이뤄지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라며 "서울성곽의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하면서 동대문 일대의 역사적 경관을 복원하지는 못할망정 고층건물 신축 허가를 내준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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