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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유모차 '리안' 이의환 에이원 대표/ "대중명품 유모차로 수입유모차 벽 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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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유모차 '리안' 이의환 에이원 대표/ "대중명품 유모차로 수입유모차 벽 넘겠다"

입력
2012.04.1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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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9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유아교육박람회'의 유모차 전시장. 한 부부가 유아용품 전문기업 에이원의 부스로 다가오더니 이렇게 속삭였다. "너무 싼데 국산 브랜드 아냐?"

부부는 얼굴을 찌푸리고 발길을 돌렸다. 이 광경을 지켜본 이의환(사진) 에이원 대표는 "정신이 멍했다. (인식을 바꾸기가) 정말 쉽지 않구나 싶었다"고 회상했다.

에이원은 국내 유일의 국산 유모차 브랜드 '리안'을 만드는 회사다. 하지만 유모차 시장에서 '국산'은 내세울 게 못 된다. 수백 만원을 호가하는 수입유모차들이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한 상황. 이 대표는 "해외명품브랜드는 가격이 비싸도 소비자가 몰린다"며 "국산은 명함도 내밀기 힘든 시장"이라고 말했다.

사실 그는 유아용품 시장의 선구자다. 1988년 미국 유학을 마치고 아버지가 경영하던 무역회사 계성산업에 입사한 그는 가업을 이어받기보다 유아용품 시장을 개척하는 길을 택했다. 하지만 너무 시대를 앞서간 탓에 10년 넘게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일본 유모차 브랜드 '콤비'와 독점계약을 맺었는데, 이 제품은 국내에 유모차를 대중화시킨 주역으로 꼽힌다. 그는 2006년 콤비와 계약을 끝내고 자체 브랜드 개발에 몰두, 마침내 2008년 리안을 출시했다. 리안(Ryan)은 그의 영문이름. 그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 삼아 우리만의 브랜드로 당당히 겨뤄보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그 사이 세상이 달라졌다. 2006년 즈음부터 '골드키즈(최고급으로 키우는 아이)'열풍이 불더니 스토케 퀴니버즈 등 고가 수입브랜드가 순식간에 시장을 장약했다. 2010년 유모차 수입규모는 10년 새 6배가 증가, 총 2,300억을 넘어섰다. 자체 브랜드를 생산하던 국내사들은 대부분 버티지 못하고 수입대행사로 변신했다. 그는 "유모차가 주부들 사이에서 대표적인 과시소비 아이템으로 떠오르며 시장이 왜곡되기 시작했다"며 "유독 한국의 맥도날드 광고에만 수백 만 원짜리 명품 유모차가 등장할 정도"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최근 소비자시민모임이 해외브랜드 유모차의 국내 판매가격을 분석한 결과 외국에 비해 최고 2.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한 제품인데도 한국에만 오면 가격이 치솟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유모차 밀수 적발액도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다.

그는 이런 분위기에 맞서 이른바 '매스티지(masstige)'전략을 택했다. 매스티지란 대중(mass)와 고급(prestige)의 결합으로 '대중명품'개념이다. 그는 '반값 유모차'마케팅으로 가격 거품 빼기를 주도하는 한편 수입브랜드에 뒤지지 않는 고품질을 내세운 것. 그는 "이른바'고소영 유모차'로 화제를 모은 수입브랜드'오르빗'의 가격은 138만원인데, 리안의 '스핀'제품은 69만8,000원"이라며 "가격은 절반이지만 360도 회전 등 품질에는 차이가 없다"고 자신했다.

작년 매출이 20% 증가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는 현재 5% 수준인 시장 점유율을 두자릿수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이 대표는 "유모차 시장의 왜곡된 풍토는 육아비용 증가로 이어져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값싸고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유모차 시장의 왜곡된 풍토를 바로잡는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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