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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정년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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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정년 연장

입력
2012.04.1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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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9급 관원들> (김인호 지음)이라는 책을 보면 궁중 관원인 중금(中禁)의 직책 정년은 16세였다고 한다. 중금이란 보통 사극에서 "상감마마 납시오"라고 외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낭랑한 목소리가 생명이기 때문에 변성기가 오면 이직시켰다. 반면 사대부 관료들에겐 사실상 정년이 없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사화에 얽히면 이팔청춘에 요절이 십상이지만, 운을 타면 황희(1363~1452) 정승처럼 타계 3년 전인 86세 때까지 영의정 직을 누리기도 했다.

■ 우리나라에서 정년제도가 본격 시행된 건 1963년 국가공무원법 상 당시 6급 이하에 대해 55세 하한 규정을 두면서부터다. 일자리는 적고 일손은 많은 상황에서 노동력의 세대교체를 원활히 하려는 목적도 컸다. 이후 최근까지 정착된 직종별 정년은 공무원 57~60세, 공공기관 직원 58세 전후, 교육공무원 62세, 일반기업 근로자 평균 57세다. 하지만 정년제는 전 세계적인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맞춰 근년 들어 본격적인 변화의 흐름을 타고 있다.

■ 건강수명의 연장이나 노동력 수급 등 여러 사정이 있지만, 무엇보다 베이비붐 세대의 대량은퇴를 감당하기 어려운 국가 연금재정 문제가 크게 작용했다. 정부로서는 정년 연장을 통해 은퇴자 연금 부담을 민간에 분산시키고, 기업은 임금피크제 등을 통해 정년을 넘긴 숙련 노동자를 싼 값에 쓰는 사회적 타협의 여지가 생긴 것이다. 이런 타협에 따라 미국과 유럽에선 이미 65세 정년이 정착했고, 영국에선 68~70세 정년도 전체 직종의 40%에 달한다고 한다.

■ 일본 정부는 60세로 정년퇴직한 공무원이 원할 땐 65세까지 100% 재고용을 의무화하는 '고연령자 고용안정법 개정안'을 지난달 내놓았다. 종신고용 전통이 강한 일본의 은퇴자 문제도 그만큼 심각하다는 얘기다. 국내에서도 공무원에 이어, 민간의 정년 연장 추진이 본격화하고 있다. 당장 전국금융산업노조는 올해 노사교섭에서 현행 58세인 은행원 정년을 60세로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더 일하고 싶다'는 베이비붐 세대의 절박한 요구가 현실화한 셈이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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