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유혈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한 코피 아난 유엔ㆍ아랍연맹 특사의 평화중재안이 사실상 무산됐다.
AFP통신은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의 충돌이 철군 시한인 10일 오전 6시(현지시간)가 지난 후에도 멈추지 않았다고 전했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정부군이 이날 오전 홈스와 알레포를 포격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남부 마라에서도 정부군과 반군이 교전했다. 아난 특사의 평화중재안이 불발될 것이라는 불안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왈리드 무알렘 시리아 외무장관은 10일 러시아를 방문해 "정부군이 이미 몇몇 도시에서 철군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휴전은 국제감시단의 배치가 이뤄지는 것과 동시에 시작돼야 한다"면서 국제감시단의 파견을 요청했다.
시리아 정부와 반군은 이달 초 중재안을 받아들여 10일 오전 6시 철군을 시작해 48시간 안에 완전 휴전키로 합의했다. 하지만 시리아 정부는 8일 반군의 폭력행위 중단에 대한 서면 보증이 필요하다는 조건을 들고나왔고 반군은 이를 즉각 거절했다. 철군 시한을 앞두고 폭력사태도 악화돼 9일 홈스 등에서는 100명 이상이 숨졌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아난 특사의 중재안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시리아 사태의 해결 전망은 다시 불투명해졌다. 라미 압델 라흐만 SOHR 소장은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시리아 전역을 장악하기 위해 시간을 끌려고 했을 뿐"이라며 "더 이상의 계획은 소용 없고 시리아는 내전으로 빠져들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러시아와 중국이 시리아 제재 결의안을 반대하는 입장을 바꾸겠다는 신호는 없지만 결국 안보리로 돌아가 해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아사드 정권은 휴전 등 유엔이 내세운 조건을 이행할 의사가 애초부터 없었다"며 "자유시리아군을 조직화하는 등 보다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터키는 시리아군의 공격으로 자국에서 사상자가 발생하자 크게 반발했다. 시리아 정부군은 9일 터키 킬리스의 시리아 난민촌을 공격했다. 총격으로 시리아 난민 2명이 사망하고 터키인 2명 등 6명이 부상했다. 지난해 여름 형성된 난민촌에는 2만4,000여명의 시리아인이 거주하고 있다. 이번 총격은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터키에서 발생한 첫 유혈사태다. 중국을 방문 중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도르안 터키 총리는 10일 "시리아의 행위는 명백한 국경 침범"이라며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아와 레바논의 접경지역에서도 시리아군의 총격으로 레바논인이 사망했다. 레바논 알자디드TV 카메라기자 알리 샤반은 9일 시리아 쪽에서 날아온 총을 맞고 병원으로 이송 중 숨졌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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