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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당뇨 진료비 깎아주지 마" 의사의 몽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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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당뇨 진료비 깎아주지 마" 의사의 몽니

입력
2012.04.0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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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신임 지도부가 이달 시작된 만성질환관리제를 거부하기 위해 환자의 신청을 받지 말고 참여 의원을 의협에 신고하라는 내용의 행동지침을 회원 의사들에게 배포, "의사의 본분을 잊은 집단이기주의"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 제도는 고혈압ㆍ당뇨병 환자들이 동네의원을 지정해 지속적으로 다니겠다고 신청하면 재진부터 진료비를 깎아주고, 건강보험공단과 보건소를 통해 건강정보를 제공하는 제도다.

9일 노환규 신임 의협 회장 당선자와 신임 16개 시도의사회장은 회원들에게 발송한 '대회원 서신문'에서 "환자가 (만성질환관리제) 등록과 진료비 감면을 요구하는 경우, 진료비 감면으로 얻는 연간 혜택은 1만원 이내인데 개인정보 누출의 위험성이 존재한다고 알리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경기 군포시의사회가 회원들에 이메일로 보낸 지침의 내용은 가관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이날 공개한 군포시의사회의 '새로운 의협의 선택의원제(만성질환관리제)에 대한 지침'은 ▦30%(2,760원)에서 20%(1,840원)로 깎아주게 돼 있는 진찰료 본인부담금을 깎아주지 않는다 ▦개인정보누출 위험성을 강조해 신청 자체를 하지 않도록 유도한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환자응대 참고사항에는 "다른 곳은 해주는데 왜 안 해주냐고 항의하면, 현재 하는 다른 의원이 어디인지 확인해 의사회로 연락하라"고 돼 있다. 참여 의원을 색출해내겠다는 뜻이다. 또 이 제도가 1년 여 전부터 추진된 것인데도 "선거철이라 정부에서 생색내기용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하라는 항목도 있다.

만성질환관리제는 그 동안 의사협회의 반발에 막혀 후퇴를 거듭했다. 애초 추진된 '선택의원제'는 동네의원들을 등록ㆍ교육시켜 만성질환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면 환자ㆍ의원 모두에게 진찰료 경감, 의료수가(건강보험 진료비) 인상의 이익을 주는 내용이었다. 동네의원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만성질환 관리의 효율성을 높일 1석2조의 제도였다. 그러나 의협은 내과 등 일부 진료과, 이미 개업해 자리를 잡은 원로 의사들에게 이익이 집중된다고 반발했고, 결국 환자가 몇 군데건 동네의원에 두 번 이상 오겠다고 신청하면 진찰료를 깎아주는 선에서 절충됐다. 이름도 만성질환관리제로 바뀌었다. 애초 의사들에게 맡길 예정이었던 건강지원서비스는 의협이 등록을 반대해, 건보공단을 통해 보건소에 맡기기로 했다. 그런데도 이제 와서 의협은 "보건소가 환자정보를 모으며 의원과 경쟁하려고 한다" "모든 병의원의 진찰료 본인부담을 똑같이 깎아줘야 한다"며 불참운동을 벌이고 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결국 진찰료 920원 경감받는 할인제도로 전락했는데 그나마 의협이 행동지침까지 만들어 신청을 막는 것이 과연 의사로서 할 행동인가"라고 비난했다. 이어 "의협은 궁극적으로는 의원의 수익감소를 우려하는 것"이라며 "고혈압ㆍ당뇨 환자의 병원비 경감 혜택까지 받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의사들의 집단이기주의이자 환자의 권리 박탈"이라고 밝혔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지침을 보면 마치 시정잡배 같다는 생각까지 든다"며 "선거철 선심성 운운하는 부분은 선관위에 신고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일선 의원에서 환자들이 신청을 거부당하는 사례는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서울 성북구 R내과 이모 부원장은 "정부 시행 내용대로 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노코멘트, 어느 편에도 서고 싶지 않다"(군포시 S의원), "원장님이 안하고 싶으신 것 같다"(전주 H의원)고 밝힌 곳도 있어 거부사태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안 대표는 "일선 의사들이 의협 지침대로 했다가는 오히려 환자들의 신뢰를 잃을 것이기 때문에 따르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신고센터(02-780-0068)를 설치, 거부 사례 신고를 받고 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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