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이 '성과공유제 전도사가 되겠다'고 선언한 뒤 처음 방문한 곳은 포스코였다.
홍 장관은 9일 포스코 서울본사와 협력업체인 대원인물을 방문한 자리에서 "CEO부터 강력한 의지를 갖고 성과공유제를 정착시킨 포스코의 사례는 여타 대기업들에게도 귀감이 된다"고 밝혀, '포스코 모델' 도입을 대기업들에게 적극 권유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정부의 뜻과는 달리, 기업 현장에선 포스코식 모델에 대해 미묘한 온도차도 감지되고 있다.
포스코가 성과공유제를 도입한 건 지난 2004년. 국내 1호였다. 포스코식 성과공유제는 ▦중소업체가 공급품목에 대해 수명향상, 원가절감, 국산화 등의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포스코와 공동으로 이 과제를 수행해 ▦수익이 발생할 경우 양측이 나눠 갖는 것을 골자로 한다.
포스코는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총 801개의 중소 협력업체들과 1,794건의 과제를 수행했으며, 그 결과 826억원을 성과보상금으로 지급했다. 특히 절반 이상인 424억원이 지난해 지급됐을 만큼 성과공유제는 최근 들어 본궤도에 오르는 모습이다.
홍 장관이 이날 방문한 대원인물도 포스코와 성과를 공유한 협력업체. 이 회사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철강 절단용 칼인 '레이저 월더 나이프'를 성과공유제 프로그램을 통해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포스코는 연간 5억원의 원가를 절감하게 됐고, 그 보상으로 대원인물에 대해 3년 장기공급권(약 15억원)을 부여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포스코 납품을 계기로 이 회사는 중국, 일본, 유럽 등에 수출하는 국내 최고의 산업용 나이프 전문 제조업체로 성장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홍 장관은 "(포스코와 대원인물의 성과공유 사례처럼) 앞으로도 이런 우수 사례를 계속 발굴하고 전파해 산업계 전반이 동반성장, 특히 성과공유제에 적극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희망대로 포스코식 모델이 동반성장의 대안으로 정착될 수 있을 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이미 2006년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상생법)에 성과공유제의 근거가 마련됐지만, 아직까지 도입해 운영하는 기업은 28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성과공유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업종마다, 기업마다 현실은 다르기 때문에 정부가 강제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각 대기업이 특성에 맞게 스스로 성과공유 방안을 만드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정운찬 전 위원장 시절 '이익공유제(협력이익배분제로 명칭변경)'를 강하게 요구했던 동반성장위원회도 지경부 주도의 성과공유제 확산방침에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다. 동반성장위 관계자는 "협력이익배분제와 성과공유제를 대기업이 선택하도록 이미 합의한 만큼 두 제도를 동등하게 조명해야 한다"면서 지경부가 동방성장의 축을 성과공유제 쪽으로 몰고 가려는 움직임에 우려를 표시했다.
성과공유제는 포스코 사례처럼 특정 프로젝트나 혁신활동으로 새롭게 창출된 이익을 나누는 개념. 이에 비해 협력이익배분제는 애초 계획을 짤 때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이익을 몇 %씩 배분할지 미리 합의하는 방식이다. 동반위는 정부가 성과공유제에만 비중을 둘 경우, 협력이익배분제는 아예 무산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도 "성과공유제도 취지는 좋지만 기본적으로 개별 프로젝트별로 진행되는 한계가 있다"면서 "전체 이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협력이익배분제도 병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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