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S고등학교는 11일에 학생수련회를 갑니다. 거주지에 따라 일부 선생님들은 선거를 못하게 된 상황입니다."
"서비스 업종 중소기업에서 10년 정도 일했지만 선거날 쉬어본 적 없습니다. 투표를 해 본 건 군대에서가 전부인 것 같네요."
19대 총선일인 11일은 법적으로 정해진 임시 공휴일임에도 불구하고 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최소한의 투표 시간조차 주지 않는 업체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이 3일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노동자의 투표 시간을 보장하지 않는 사업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고 알리는 '노동자 투표참여 캠페인'을 벌이자 "투표 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제보가 빗발쳤다. 8일까지 이메일과 전화로 접수된 제보만 783건. 민주노총은 이 중 연락처가 확인된 364개 업체에 전화를 해 사실관계를 확인, 297개 업체로부터 투표권 보장을 약속 받았다고 9일 밝혔다.
특히 일부 학교는 수학여행 등 공식 행사를 11일에 진행해 교사들의 참정권을 방해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교조 경기지부가 성남 등 경기 일부지역의 학교를 조사한 결과 돌마고 이매고 한솔고 삼평고 분당고 효성고 부안초교 등 7개 학교는 11일을 포함해 2박3일 혹은 3박4일 일정으로 수학여행 또는 수련회를 떠난다. 인천에서도 S고가 수학여행, S중은 부장 교사 등이 소속된 학교운영위원회가 야유회를 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등학교의 경우 통상 2학년이 수학여행을 갈 때 1학년은 수련회를 가는 경우가 많아 결국 전체 교사의 40~50%는 투표권이 원천 봉쇄되는 셈이다.
유재 전교조 경기지부 정책실장은 "법적으로 정해진 공휴일에 학교 행사를 갖는 것은 교사의 참정권 침해이자 학생들에게는 '선거를 안 하고 놀러 가도 된다'는 인식을 심어줘 매우 비교육적"이라고 지적했다.
간호사나 철도 기관사 등 교대 근무를 하는 노동자들 역시 투표를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3교대로 일하는 간호사의 경우 통상 주간 근무는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3시30분까지이지만 인수인계와 남은 업무로 보통 오후 5시~5시30분쯤 일이 끝나기 때문에 오후 6시까지 투표소를 찾기가 쉽지 않다. 한미정 전국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2010년 6·2 지방선거 때 투표를 못한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37%가 '근무 때문'이라고 응답했다"며 "구조적으로 보건인력이 너무 적고 병원 측에서도 따로 배려해주지 않아 참정권이 침해 당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노동자의 투표시간을 보장해 주지 않는 것은 중대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사업주들이 이 사실을 잘 모르거나 관행적으로 참정권을 묵살하고 있다"며 "선거관리위원회가 이에 대해 정확히 홍보를 하고, 주무부서인 고용노동부도 현장을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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