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스타' 윤호영(28ㆍ원주 동부)이 챔피언 결정전에서 든 고배의 아픔을 MVP 수상으로 달랬다.
9일 서울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2011~12 KB 국민카드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윤호영은 총 82표의 유효 표 가운데 51표를 얻어 14표 획득에 그친 오세근(24ㆍ안양 KGC 인삼공사)을 따돌리고 영예의 MVP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챔피언 결정전에서 KGC 인삼공사의 돌풍에 밀려 정상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윤호영은 정규리그 52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12점과 5.2 리바운드, 2.6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동부의 1위(44승 10패) 등극을 이끌었다.
윤호영은 전형적인 늦깎이다. 중학교 3학년 때 뒤늦게 농구에 입문했다. 구로중과 낙생고를 거쳐 농구 명문 중앙대에 입학해 주전으로 활약했지만 크게 빛을 보지는 못했다.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3순위로 동부에 입단했지만 대학 선배 김주성(33)의 그늘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실력과 팀 공헌도에 비해 저평가된 대표적인 선수다. 데뷔 후 4년간 올스타전에 한 번도 출전하지 못했을 정도다. 올 시즌에도 로드 벤슨, 김주성과 함께 '트리플 타워'로 불리며 동부의 승승장구를 주도했지만 지난 1월 29일 열린 올스타전에 또 다시 초대받지 못했다.
그러나 긴 기다림 끝에 시즌을 마무리하는 피날레 무대에서 당당한 주역으로 우뚝 섰다. 환하게 웃으며 자신을 비켜가던 스포트라이트를 마음껏 누렸다. 한선교 KBL 총재가 자신의 이름을 호명하는 순간, 윤호영은 김주성의 품에 안겨 감격을 만끽했다. 이날만큼은 김주성이 윤호영을 위한 조연이었다. 객석을 지키던 윤호영의 아내는 눈시울을 붉혔다. 군 입대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그에게 더욱 각별한 의미를 지니는 수상이다. 윤호영은 오는 30일 상무에 입대한다. 전역 예정은 2014년 1월 29일이다.
윤호영은 "믿고 기용해주신 감독님에게 감사하다. 모자란 부분이 많았지만 참아준 동료들도 고맙다"고 수상의 감격을 밝혔다. 다음 시즌 프로농구 무대에 서지 못하는 그는 "한 시즌을 더 하면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쉽다. (김)주성 형처럼 성실하고 어느 팀에서도 버팀목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입대 인사를 대신했다. 윤호영은 김주성과 함께 베스트 5 포워드 부문 수상자로 뽑히는 기쁨도 누렸다.
KGC 인삼공사를 챔피언에 올려 놓은'괴물 신인' 오세근(25)은 총 72표를 얻는 압도적인 지지로 평생 한번 뿐인 신인왕의 영예를 안았고 베스트 5 센터에도 뽑혔다. 베스트 5의 가드에는 김태술(28ㆍKGC 인삼공사)과 양동근(31ㆍ울산 모비스)이 선정됐다. 정규리그 최다승과 최다 연승(16연승) 기록을 세운 강동희 동부 감독이 최고 지도자로 뽑혔고 김선형(24ㆍ서울 SK)은 팬 투표로 뽑은 인기상과 이성구 페어 플레이상을 받았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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