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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공주가 사우디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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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공주가 사우디 비판

입력
2012.04.0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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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마 빈트 사우드 빈 압둘아지즈(47) 사우디아라비아 공주가 8일 영국 BBC 방송에 사우디에서 변화가 필요한 분야를 조목조목 지적하며 정치 민주화와 양성평등 개혁을 요구하는 기고를 냈다. 절대왕정 국가인 사우디에서 왕실의 여성이 서방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변화를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다.

바스마 공주가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은 민주적 헌법제정. 사우디는 별도의 헌법이 없고 이슬람 율법에 기초한 국가기본법이 헌법을 대신한다. 때문에 근대 민주주의 이념에 기초한 서방 헌법과 달리 반인권적 조항이 많다는 지적을 받는다. 바스마 공주는 "사우디 법원에서는 쿠란을 해석하는 법관의 판단에 따라 판결이 이뤄진다"며 "헌법은 성별, 지위, 종파 구분 없이 모든 국민을 보호해야 하고,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에 불리한 이혼 절차의 개혁도 주문했다. 사우디에서는 여성이 이혼소송을 내려면 수만 달러의 돈을 내거나 남편의 잘못을 목격한 증인을 법정에 세워야 한다. 바스마 공주는 "(남녀 불평등은) 사우디 법의 근거인 쿠란의 정신에 전혀 맞지 않는 것"이라며 "화해할 수 없는 차이가 있으면 여성이 이혼을 요구할 수 있는 전적인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차별을 조장하는 교육 제도도 거론했다. 그는 "사우디 학생들은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하다고 교육받고, 아내가 남편에게 불복하면 천사의 저주를 받는다고 배운다"고 지적했다. 또 학생들이 하디스(이슬람 선지자 마호메트의 언행록), 피크흐(이슬람법론) 등을 외우느라 시간을 낭비한다고 개탄했다. 이밖에 불공정하고 부패한 복지정책, 여성이 마흐람(남성 보호자) 없이 외출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의 개혁 및 철폐를 요구했다.

사우디 2대 국왕인 사우드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1902~1969)의 자녀 115명 중 막내인 바스마 공주는 영국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등 아랍권 왕실 여성과 달리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블로그나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여성인권에도 관심이 많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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