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로운 문명사회 이면에 도사린 인간의 폭력성과 남성 중심의 권력구조에 주목해온 폴 매카시(67)의 작품은 온갖 충격적 이미지로 가득 차 있다. 동물과 성행위 하는 인간, 배설물과 성기를 드러내는 남자, 온몸이 짓이겨진 인간과 동물의 형상, 선혈이 낭자한 산타클로스….
퇴폐적이고 엽기적인 연출로 세계 미술계의 논란의 중심에 선 미국의 멀티미디어 작가 폴 매카시의 한국 첫 개인전이 내달 12일까지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 3관에서 열린다. 독일의 동화이자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각색된 '백설공주'에서 영감을 받은 '백설공주' 시리즈 중 '아홉 난쟁이들' 조각과 대형 야외조각 '사과나무 소년과 사과나무 소녀' 등 총 10점이 이번 전시에 나왔다.
2008년부터 작업한 '아홉 난쟁이들' 조각은 그의 작품 중 비교적 점잖은 편이다. 그럼에도 각자 단상에 서 있는 난쟁이 조각 중엔 성한 것이 하나도 없다. 기다란 막대기가 꽂힌 얼굴은 무너졌고, 한쪽 팔이 뽑히고 손가락이 부러진 것도 부지기수다. 그들 발 언저리엔 하나같이 여러 개의 남근 형상이 놓여있다. 선명하고 화려한 색채는 거부감을 줄여주는 장치로 여겨질 정도로 혐오감이 느껴진다. 전시 개막에 맞춰 내한한 매카시는 "당대의 사회와 문화를 반영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는 사회에 대한 일종의 '저항'이라고 말했다.
"전 제 자신을 작가이자 광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풍자적이고 은유적이죠. 제 모든 작품은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인 평등과 권력의 형평성을 이야기 합니다. 인간의 폭력성과 남성 중심 사회는 남근으로 상징되죠. 저 역시 남성이고, 그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이는 곧 제 자신에 대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아홉 난쟁이 앞에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멍청이(Dopey), 박사(Doc), 졸림이(Sleepy), 재채기(Sneezy), 행복이(Happy) 등의 코믹한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성적인 코드는 곳곳에 묻어있다. 젊고 아름다운 백설공주를 향한 비뚤어진 욕망을 상징하듯 난쟁이들의 시선은 야릇하고 코는 크게 부풀어 올랐다. 게다가 매카시가 난쟁이 작업 중에 추가했다는 색상은 모조 남근인 '딜도'에서 착안한 플래쉬(fleshㆍ살) 색이란다.
그가 동화에서 영감을 얻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백설공주'와 '아홉 난쟁이들' 시리즈를 비롯해 그동안 '뽀빠이와 올리브', '하이디', '피노키오' 등을 작업해왔다. 성도착적이고 과격한 이미지를 굳이 동화를 통해 표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백설공주를 비롯한 일련의 동화는 서구 문화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어려서 보고 자란 동화를 통해 어른의 세계와 인간의 조건을 거꾸로 바라보고자 한 것이죠. 기본적으로는 동화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어른을 위한 동화인 셈이죠." (02)735-8449
이인선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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