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민영화를 위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수신 기반 확충을 위해 추진 중인 HSBC 서울지점 인수가 최종 단계에 접어들었다. 산은은 앞서 1월 말 정부의 공공기관 지정에서 해제됐으며, 지난달에는 기업공개(IPO) 주관사 선정절차를 마치는 등 창립 58년 만에 ‘국책’이라는 타이틀을 떼내기 위한 수순을 착착 진행 중이다.
산은은 9일 HSBC 서울지점의 개인금융사업 부문 자산 인수를 위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인수 대상은 HSBC 서울지점 11개로 예수금 전액 및 이에 상응하는 규모의 담보대출채권으로, 산은은 이를 통해 약 3,000억원 내외의 자산을 불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은은 앞으로 4주간 실사에 들어가 HSBC 소매금융부문의 자산과 수신상태를 확인하고 상반기 중 인수를 완료한다는 목표다. 인수과정에서 접점을 찾지 못했던 HSBC 직원에 대한 100% 고용승계 문제도 산은이 최대한 승계하기로 하면서 일단락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이 HSBC 서울지점 인수를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수신 기반을 단기간에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민영화를 위해 수신을 단기간에 대폭 늘려야 하는 산은으로서는 서울 강남 등 대부분 수도권에 위치한 HSBC 점포들은 탐나는 대상이다. 산은 관계자는 “이번 인수로 총 76개의 점포망을 갖추게 된다”며 “돈이 몰려 있는 수도권 점포망을 확보한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부유층 고객을 위한 맞춤형 프라이빗뱅크(PB) 서비스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산은은 이후에도 계속 점포확보를 통해 내년까지 전국적으로 총 135개 점포를 확충하겠다는 방침이다.
산은 또 HSBC 서울지점 인수가 IPO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은 민영화의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예금을 바탕으로 한 자금조달이 필수적이다. 산은이 KDB다이렉트뱅킹을 통해 은행권에서 가장 높은 연 3.8%의 예금금리를 제공하면서 수신 늘리기에 적극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경쟁 은행들은 산은이 낮은 금리의 산업금융채권을 발행하는 특권을 남용해 시중은행과 불공정 경쟁을 부추긴다고 비판하고 있지만, 작년 10월부터 판매한 다이렉트뱅킹은 6일 현재 3만4,000개 계좌에 8,200억원을 유치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산은의 이 같은 다각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과연 연내 IPO까지의 노정이 순탄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산은이 생각하는 IPO규모는 자기자본(18조원)의 10% 이상의 수준. 그러나 대외 여건은 녹록하지 않다. 신한금융을 비롯한 KB금융, 우리금융, 하나금융 등 국내 대형은행들은 작년 최대 수익에도 불구, 주가는 여전히 저평가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산은이 IPO를 할 때 수익이 월등한 여타 금융지주들보다 주가를 높이 평가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비관적인 시선이 많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산은의 주식이 다른 금융회사들에 비해 시장에서 더 매력적인지는 의문인데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하반기 산은의 IPO가 기대만큼의 가격으로 형성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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